
여성 인재 풀 확대에도 ‘비율의 벽’ 여전
국내 주요 기업의 여성 직원 수와 임원 수는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의사결정 핵심 라인으로 갈수록 ‘유리천장’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2025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에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총 4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463명보다 23명(2.8%)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가 7306명이고 이 중 남성이 6830명으로 93.5%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남성 중심의 임원진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원 확대 속에서도 ‘비율의 벽’이 깨지지는 못한 셈이다.
금융권도 ‘직원은 절반, 임원은 소수’라는 간극이 뚜렷했다. 리더스인덱스가 지난해 6월 말 기준 발표한 ‘매출 500대 기업 중 금융기업 직원·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직원은 여성(50.5%)이 남성(49.5%)보다 소폭 많았지만 임원은 남성이 89.8%로 여성(10.2%)을 압도했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남성 임원과의 격차는 여전히 큰 수준이다.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설문에서도 그룹 내 ‘여성 임원이 10% 미만’이라는 응답이 59.6%로 집계됐고, ‘여성 임원이 전혀 없다’는 응답도 5.7%에 달했다. 승진 장애 요인으로는 일·가정 양립 부담(68.8%)이 가장 많았고, 남성 중심 조직문화·비공식 네트워크 배제(63.9%), 유리벽(54.6%)이 뒤를 이었다.
보험사 여성 임원 비중은 평균 10%대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지난해 3분기 기준)를 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개 생명보험사의 여성임원(사외이사 포함)은 52명으로, 8개 보험사 전체 임원 466명의 11.5%였다.
손·생보사 각각의 여성 임원 비율은 9.6%와 13.3%로 나타났다. 업계 전체가 여성 임원 확대를 강조하며 인원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남성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특히 여성 사내 등기이사를 선임한 보험사는 한 곳도 없었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가 여성 임원 12명으로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어 현대해상 5명,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각 4명이었으며, DB손해보험은 2명으로 가장 적었다. 생보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각 9명, 교보생명이 7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4대 은행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여성 임원 비중은 평균 12.9%로 10% 초반대에 그친 가운데 은행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은행은 30명 중 7명(23.33%)으로 유일하게 20%대를 기록했고, 이어 국민은행이 37명 중 6명(16.22%)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은 29명 중 2명으로 6.90%, 하나은행은 36명 중 2명으로 5.56%를 보이며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상근 임원’에서의 여성 비중은 그보다 낫다. 4개 은행 전체 임원 132명 중 여성은 17명(12.88%)이지만, 상근 임원만 보면 107명 중 여성은 9명(8.4%)으로, 실제 의사결정 권한이 높은 상근 라인에서 성별 격차가 더 크게 확인됐다.
금융권은 여성 임원 확대를 강조하며 숫자를 늘려왔지만, ‘비상근·사외 중심’과 ‘상근·등기 라인 공백’이 나타나면서 유리천장은 형태만 바꾼 채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여성 인재가 마지막 천장 앞에서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시중은행에서 연초 정기 인사를 발표해보니 5대 은행권 여성 부행장이 8명까지 늘어났다”며 “이제는 성별보다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때이고, 능력있고 유능한 여성 인재들도 많이 양성되고 있다보니 앞으로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