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8일 인천 서해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관할 소방서 전체를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6.9.18. [인천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https://cdn.insnews.co.kr/news/photo/202610/93220_58266_116.jpg)
전자상거래와 인공지능(AI) 산업이 확대되면서 물류창고에는 상품과 물류 설비가, 데이터센터에는 서버와 전력·냉각설비가 집중되고 있다. 시설 사고가 재산 손실을 넘어 배송 차질과 디지털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밀도 인프라’에 맞는 화재안전 관리와 보험체계가 과제로 떠올랐다.
■ 창고 화재 피해액 1년 새 6.1배… 개편은 협의 단계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화재보험협회(이하 협회)는 대형 물류창고를 화재보험법상 특수건물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건물 이용 인원뿐 아니라 사고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까지 지정 기준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소방청의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창고시설 화재는 2024년 1231건에서 2025년 1352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재산 피해액은 약 739억원에서 약 4532억원으로 약 6.1배가 됐다.
협회는 자산이 집중된 물류창고의 사고 규모와 사회적 파급을 지정 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거주·이용하는 건물뿐 아니라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물까지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관련 연구용역이 마무리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위원회와 개정 방향을 협의 중”이라며 “공식적으로 개정에 착수한 것은 아니고, 국정감사 이후 금융위원회와 다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 특수건물 편입 대상 면적 미정… 방재 개선 효과가 쟁점
특수건물 편입 대상의 면적은 정해지지 않았다. 협회는 업종별 화재위험성을 고려한 면적 기준 설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물류창고로의 특수건물 확대가 가시화되면 금융위원회 및 물류창고 업권과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화재보험법 시행령은 ‘11층 이상 건물’ 기준에서 창고를 제외한다. 다만 국·공유 건물 등 다른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물류창고업의 등록대상 물류창고는 재난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 대상이다. 특수건물 등에는 가입의무 제외 규정이 있다. 이 보험은 화재·붕괴·폭발로 발생한 타인의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보장하지만, 피보험자 자신의 재물 피해와 소유·관리·점유하는 재물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등은 주요 면책사항이다.
특수건물 소유자는 건물의 화재 손해와 타인에 대한 배상책임에 대비해 특약부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재난배상책임보험과는 건물의 재산 보장에서 차이가 난다. 보관 상품과 영업중단 손실의 보장 여부는 실제 계약과 담보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특수건물은 원칙적으로 보험계약 체결·갱신 때 협회의 화재예방 및 소방시설 안전점검을 받는다. 협회가 공개한 물류창고 방화기준 설명은 적재 방식과 물품·포장재에 따른 방호 요건을 제시한다. 편입 이후 점검이 방재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실제 적재 조건과 소화설비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재보험업계 관계자는 건축자재의 연소 특성, 방화구획과 건물 간 이격, 물품·포장재의 가연성, 적재 높이와 방식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꼽았다. 그는 “같은 면적의 창고라도 이러한 조건에 따라 사고 시 예상 피해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물류창고의 특수건물 편입 실효성은 대상 기준과 방재 개선 효과를 함께 살펴야 평가할 수 있다”며 “보험가입금액과 보상한도, 자기부담금, 면책조건 등을 감안해 사고 이후 사업장에 남는 손실도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 보험업계, 시설별 리스크 따라 인수 조건 조정
보험업계는 대형 물류창고의 리스크에 따라 인수 조건을 조정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위험도와 가격 수준에 따라 물류창고 보험계약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인수하고, 재보험도 활용한다고 밝혔다.
위험 인수 시 자체 위험조사 결과와 재고자산의 종류·집적도, 시설 규모, 사고이력 등을 검토하며 예상 최대 피해 규모에 따라 보유 위험을 제한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기업휴지손해(BI) 담보에 대해 별도 보험요율을 적용하며, 최대예상손해 산정 시 기업휴지손해도 함께 고려해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대형 물류창고 화재 이후 원수보험사들의 공동인수가 늘고 보험료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자기부담금 조건도 2021년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이미 강화됐다는 답변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자기부담금을 추가로 강화하기에는 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해질 수 있어 가급적 요율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인수한도와 재보험 활용 방식 자체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보유 위험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시설 상태에 따라 요율과 재보험에 넘기는 위험을 조정한다는 설명이다.
재보험업계 관계자는 “재보험시장 전체의 인수여력과 특정 시설에 배분할 수 있는 인수한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에 자본이 충분하더라도 한 시설이나 특정 지역에 위험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개별 계약에 제공할 수 있는 한도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류창고도 보관 물품이나 적재 방식이 바뀌면 기존 소방설비가 새로운 위험에 적합한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요율뿐 아니라 자기부담금, 담보별 보상한도, 기업휴지의 대기기간과 보상기간, 보상 제외사항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