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고가 서버와 전력·냉각설비에 서비스 기능까지 집중되는 고밀도 인프라다. 시설 사고가 설비 손실과 디지털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고 예방과 함께 누구의 어떤 손실을 보험으로 보장하는지 따져야 한다.
■ 전력 밀도 상승에 보호조치 점검 과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확대로 고성능 가속 서버 도입이 빨라지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밀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집적정보 통신시설 보호지침 개정본은 2024년 6월 시행됐다. 리튬배터리실을 원칙적으로 다른 전기설비와 분리하고 배터리 간 적정 이격거리를 확보하도록 규정한다.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는 전지관리시스템(BMS)과 화재 사전탐지 시스템을 병행 운용하도록 했다. 전력공급 이중화와 불가피한 전원차단 시 차단구역 최소화도 규정한다.
재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력·냉각계통의 이중화, 배터리의 설치·격리 방식, 액체냉각설비의 누출 방지 대책 등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중화 설비가 갖춰져 있더라도 하나의 사고로 주설비와 예비설비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지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통계 부족에 시설별 위험 평가 관건
보험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사고 통계가 부족하고 시설별 설비·운영 조건도 달라 기존 통계 요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방재·소화설비에 따른 할인 요소에 더해 고밀도·고전력 시설을 별도로 분류하고, 전력량·전력 밀도 등을 요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삼성화재는 AI 데이터센터의 위험도와 가격 수준에 따라 보험계약을 단독·공동으로 인수하고 재보험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체 위험조사 결과와 시설 규모, 사고이력 등을 검토한다. 사고 시 피해가 큰 특성을 고려해 일반 공장·건물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며, 자산 집적도와 예상 최대 피해 규모에 따라 보유 위험을 제한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의 등장으로 기존 데이터센터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다소 보수적으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AI 데이터센터의 위험요인을 실제 보험료율에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단위 면적당 보험가입금액의 집중도가 높아 단일 사고의 손해 규모가 크다는 평가다. 시설 상태가 양호하고 재보험·공동보험으로 위험 분산이 가능한 경우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계가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의 공백을 메우려면 과거 사고 데이터뿐 아니라, 현재 시설의 위험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차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보험업계 관계자는 통계가 부족할 때 유사 시설의 손해경험을 참고하고, 설계·배치·자산가액·방재설비 등을 바탕으로 사고 시나리오를 구성해 손실 가능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자연재해 위험모델과 공학적 분석을 활용하고, 현장 위험조사로 분석에 필요한 정보와 설비·관리체계의 실효성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 기업휴지와 배상책임, 보장 대상 구분해야
영업중단 손실도 인수 심사에 반영된다. 삼성화재는 기업휴지손해(BI) 담보에 별도 보험요율을 적용하고 최대예상손해 산정에 해당 손실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험사의 손실 평가와 실제 계약의 보장 범위는 구분해야 한다. DB손해보험의 재산종합보험은 재산·기계·기업휴지·배상책임을 별도 부문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휴지는 재산·기계 부문에서 담보하는 사고로 사업이 중단됐을 때 발생한 영업이익·고정비 등의 손실을 보상한다. 배상책임은 피보험자가 타인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 입은 손해를 담보한다.
이러한 담보 구조에 비춰 운영사(데이터센터를 운영·관리하는 회사)의 기업휴지 담보가 이용기업(데이터센터를 이용해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영업손실이나 운영사가 이용기업에 부담하는 배상책임까지 자동으로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 운영사의 사업중단 손실과 이용기업의 영업손실, 타인에 대한 배상책임을 나눠 피보험자와 보장 대상, 담보 사고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재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전이나 서비스 중단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손실이 자동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보상 여부는 사고 원인과 개별 계약의 담보요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