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진의 보험을 워딩하다 비워낸 후에야 비로소 채울 수 있음을
2026년도 새해가 밝았다. 월이 바뀌듯 자연스레 따라오는 변화건만 필자에게 2026년은 유독 뜻깊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햇수로 3년째 변함없이 이렇게 칼럼으로 여러분을 마주하게 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필자는 오늘 세 건의 미팅을 마치고 집에 와 저녁 8시에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은 생각의 정리와 환기의 연속이었다. 세 번의 롤플레이(RP)는 소용돌이치는 변주곡이었고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채울 수 있다.
여러분에게도 비워내라고 강조하고 싶다. 보험설계사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현재와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직업이다. 고객의 경제적 지출의 일부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설계사들이 스스로의 신뢰를 저버리는 습관과 태도를 고수한 채 현장에서 뛰고 있다. 보험 영업이라는 복잡한 길을 가는 와중에서도 단순하게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면 그 이전에 지우고 비워내야 할 것부터 몇 가지 써보고자 한다.
■ 가입제안서를 읽지 않는 태도
필자는 FC 각자만의 설계 스타일을 존중한다. 건강 종합보험의 경우 특약이 대체로 20개 이상 들어가고 신담보는 꾸준히 나온다. 큰 틀은 유지하되 A에서 A-1로 대체하던지, a에서 A로 바꾸는 정도다. 그러한 타성에 젖어 가입제안서 출력만 할 뿐 제대로 읽지 않고 클로징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읽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여러 명이 보는 앞에 나가서 발표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머리로만 아는 것을 안다고 자부할 때 자가당착에 빠진다.
■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눈
물론 영업직에 속해 있는 우리 모두가 실적이라는 덫과 늪에서 분리될 수는 없다. 채워나가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꾸준히 소기의 성과를 채우려면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시선을 버려야 한다. 보험은 오늘 계약하지만, 그 가치는 미래에 증명된다. 단기 실적만 보고 앞만 달려갈수록 장기고객은 뒤로 달려가게 된다. 영원히 잃는 것이다.
실적은 순간일 수 있으나 신뢰는 축적이다. 한때 필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곤 했다. 일 년 동안 보험으로 급여를 받을 것인지, 십 년 선배라는 말을 들을 것인지, 그 중 어떤 것이 가장 알찬 선택일지 자문했던 것이다. 앞선 칼럼에 서술했듯 단순한 보험영업직이 아닌 전문직이 되고자 했을 때 단기적인 시선은 버려야만 했다.
■ 고객은 모를 거라는 오만
이 부분은 굳이 장황하게 글로 쓰지 않아도, 말로 하지 않아도 FC의 태도에서 드러나게 돼 있다. 설명은 짧아지고 질문은 귀찮아지고 결정은 대신 하려 든다. 설령 보험에 적극적인 고객이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하고 유튜브를 본다 한들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만큼 알기란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객이 잘 모를 것이라고 접근해서도 안 된다.
70대 고객도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와이파이를 연결할 줄 아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정보력의 문제는 차치하고 이것은 고객에 대한 존중의 영역인 것이다. 오롯이 나를 믿고 상해와 질병을 대비하는 한 개인에 대한 존중이며 매달 나가는 보험료에 대한 존중이다.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설명하고 궁금증을 만들고 질문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명쾌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가입할 수 있어 기쁘다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보험설계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보다 사람으로 기억되는 직업이다. 새해를 맞아 무엇을 지우고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스스로에게 유리한 질문은 삼가길 바란다. 외면하고 싶은 뒷모습을 목격하길 바란다. 고인 물이 가득 차 맑은 물을 더 채울 수 없는지 점검하길 바란다.
단맛의 행복은 잠깐이지만 쓴맛의 기억은 오래간다. 고통스러운 과정이 수반돼야 성장도 할 수 있다. 비로소.
이하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VIP지사 영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