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사들이 고령인구 증가와 시니어 자산 확대에 대응해 주거·요양을 연계한 시니어케어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다만 현행 제도상 요양시설 부지의 소유 의무를 둘러싸고 소유 규제 완화와 이용자 보호 사이에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규모 시설 중심… 도심은 공급 부족
국내 노인요양시설의 75.8%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고, 전체 시설의 약 60%는 정원 30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제도는 요양시설 설치자가 원칙적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하되,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정원 30명 미만 시설 등에는 임차를 허용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는 부동산 비용이 높아 요양 수요에 비해 시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요양업계에서는 대형 자본을 가진 보험사의 진출로 소규모 사업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보험사들은 도심형 돌봄시설 공급 확대가 기존 소규모 시설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중산층 중심의 돌봄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은 1인실·2인실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월 이용료는 250만~480만원 수준으로 일반 시설의 2배~4배에 달한다. 프리미엄 사업화로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장기요양보험 수가가 정해져 있고 비급여 항목도 제한돼 있어 높은 시설 투자비에 비해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 주요 수치
지난 16일 열린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에서 권정아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 본부장은 가상 사례를 통해 도심 인근에 정원 100명 규모 시설을 지으려면 약 500~700평의 토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토지매입비 약 150억원과 건축비 200억원 등 총 투자금은 약 350억원이 필요하며, 많은 경우 700억원까지 늘어난다. 입소율 100%를 가정하더라도 금융비용과 건축물 감가상각을 반영하면 연간 순이익은 약 3억2100만원 수준으로, 단순 수익률은 1%~2%에 그친다.
여기에 부동산 매입에 따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부담과 법정 인력배치 기준, 요양보호사 수급난도 비용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 소유 의무 완화냐 이용자 보호냐… 대안 마련 필요
보험업계는 요양시설의 토지·건물 직접 소유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소유 의무는 임대차 종료나 건물 매각으로 입소자가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사에는 자본이 장기간 묶이는 부담이지만 이용자에게는 시설 운영의 지속성이 담보되는 구조”라며 “직접 소유하면 임대료 인상이나 자산 매각에 따른 운영 중단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유 의무를 완화하면 보험사뿐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의 요양시장 진입도 쉬워질 수 있어 부작용을 막을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는 특정 주체를 선별해 적용할 수 없다”며, 최소 임대차기간과 계약 승계, 임대료 상한, 폐업 시 입소자 전원계획 등을 의무화하는 한편 공공이 부지를 제공해 민간이 장기간 운영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