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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 비인두암, 목의 멍울과 한쪽 귀 증상 살펴야 ①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비인두암은 코의 가장 안쪽, 코와 목이 연결되는 ‘비인두’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같은 두경부암에 속하지만 구강암이나 후두암과는 발생 원인과 치료 방법이 상당히 다르다. 특히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비인두는 위치가 깊어 직접 확인하기 어렵지만, 증상을 알고 적절한 시기에 검사하면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비인두암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EBV와의 연관성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흔한 비각화형 비인두암은 대부분 EBV 감염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다만 EBV에 감염됐다고 모두 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금에 절인 생선과 같은 염장식품의 장기간 섭취도 위험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된다. 일반적인 두경부암에서 중요한 흡연과 음주도 건강을 위해 피해야 하지만, 비인두암은 흡연과 음주만으로 설명되는 암은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초기 비인두암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증상은 의외로 코가 아니라 목에서 나타날 수 있다. 비인두에는 림프조직과 림프관이 풍부해 비교적 일찍 목의 림프절로 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별히 아프지 않은 목의 멍울이 지속되거나 점차 커져 병원을 찾았다가 비인두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한쪽 코가 계속 막히거나 코피가 반복되고, 피가 섞인 콧물이 나오는 것도 주요 증상이다.

한쪽 귀에만 나타나는 변화도 중요하다. 비인두는 귀와 연결되는 이관과 가까워 종양이 이 부위를 막으면 귀가 먹먹해지거나 청력이 떨어지고, 이명이 생기거나 중이염이 반복될 수 있다.

성인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한쪽 귀에만 물이 차는 중이염이 반복된다면 귀만 검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인두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이 더 진행해 두개골 바닥이나 주변 신경을 침범하면 지속적인 두통, 얼굴 감각 이상, 복시와 같은 뇌신경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비인두암이 의심되면 이비인후과에서 가느다란 내시경을 코 안으로 넣어 비인두를 직접 관찰하고, 의심되는 병변에서 조직을 채취해 확진한다. 목의 멍울이 먼저 발견됐다고 해서 처음부터 림프절을 크게 절개해 제거하는 수술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진단 방법이 아니다. 가능한 경우 원발 부위인 비인두를 확인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초음파 등의 도움을 받아 목 림프절에서 세포나 조직을 채취한다.

비각화형 비인두암에서는 조직의 EBV 여부를 확인하며, 혈액의 EBV DNA 수치도 치료 전 위험도 평가와 치료 반응 및 추적 관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암이 확인되면 비인두 주변뿐 아니라 두개골 바닥과 신경, 목 림프절까지 어느 정도 퍼졌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비인두암에서는 MRI가 특히 중요한데, 종양이 주변 근육이나 두개골 바닥, 뇌신경 방향으로 얼마나 침범했는지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PET-CT는 목 림프절뿐 아니라 폐, 간,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는지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병기 평가는 방사선치료 범위와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과정이다.

비인두암 치료가 다른 두경부암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수술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비인두는 코 뒤쪽 깊은 곳에 위치해 수술 접근이 어렵고, 주변에 중요한 신경과 혈관이 많다.

반면 방사선에 비교적 민감하기 때문에 처음 진단된 비인두암의 치료 중심은 방사선치료다. 현재는 종양에 충분한 방사선을 조사하면서 침샘이나 뇌, 척수 같은 정상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가 표준적으로 사용된다.

다음 칼럼에서는 국소 비인두암이 더 진행돼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치료 중 관리, 비인두암 재발시 증상과 진단 방법 그리고 재발이나 전이 발생 시 치료 방법에 대해서 기술하려고 한다.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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