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보생명이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인터넷 생명보험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교보라플)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 인가를 거쳐 내년 4월 합병이 마무리되면 독립 디지털보험사로 남는 곳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한 곳뿐이며, 2013년 국내 첫 인터넷 생명보험사로 출범한 교보라플의 13년 독립경영도 막을 내리게 된다.
■ 핵심 내용
■ 3370억원 수혈에도 적자… 교보라플, 13년 독립경영 마침표
독립 디지털보험사가 모회사에 편입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보는 지난해 10월 한화손보에 흡수됐으며, 당시 한화손보는 자본건전성 개선과 디지털 역량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운영 효율성 제고를 합병 배경으로 밝힌 바 있다.
교보생명은 2014년부터 10년간 총 여섯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라플에 3370억원을 투입했지만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분기 단독 기준 순손실은 2025년 1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 각각 78억원, 1억원, 6억원, 116억원, 49억원, 15억원으로 집계됐고, 2026년 상반기 누적 순손실은 65억원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은 단기·소액·저축성보험만으로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인공지능(AI)과 전산 인프라에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합병 배경으로 지목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규제환경이 바뀐 이후 이사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고객보장 실천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논의해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후에는 독립사업부인 ‘라이프플래닛사업부(가칭)’를 신설하고 기존 브랜드는 유지할 계획이다.
■ 판매채널 제약에 동일한 자본규제… 독립모델 생존 압박
신한금융그룹 산하 디지털 손해보험사 신한EZ손해보험(신한EZ손보)도 사정이 비슷하다. 최근 6개 분기 단독 순손실은 46억원, 111억원, 115억원, 51억원, 97억원, 85억원이었으며, 올해 상반기 누적 순손실은 182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신한EZ손보는 손익 구조 개선과 리스크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적자 해소를 추진할 방침”이라며 “프로세스 자동화를 추진하는 한편 핵심 상품 라인업을 정비해 장기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여행자보험·디지털화재보험 등 수익성이 확보된 일반보험 부문도 동시에 성장시켜 안정적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보함으로써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EZ손보의 흡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그룹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 및 규모, 매물의 성격 등을 토대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보험사의 독자 생존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요인도 뚜렷하다. 보험업법 시행령상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는 전체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통신수단으로 모집해야 하지만, 디지털보험사만을 위한 별도의 지급여력제도(K-ICS) 특례는 없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6월 주최한 세미나에서 교보라플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디지털보험 3사의 소프트웨어·개발비 등 디지털 관련 무형자산 비중은 평균 7.84%로, 대형 보험사 평균 0.18%의 약 44배에 달했다. 시스템과 마케팅 투자가 늘면 예상보다 실제사업비가 많이 들어 K-ICS 운영위험액 중 사업비예실차 위험액도 커질 수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에임브릿지 프라이빗 에쿼티의 서재욱 대표는 비대면 채널의 고객유치비용이 예상보다 높은 반면, 상품의 가격·보장 내용과 다양성이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되지 못해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직접 가입할 유인이 약했다고 분석했다. 서 대표는 “13년간 독립 운영된 교보라플조차 흡수합병됐다는 것은 다른 디지털보험 전업사들도 같은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미국의 레모네이드(Lemonade)처럼 혁신을 통한 디지털보험사의 성장 가능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을 낮추는 발상의 전환과 감독당국의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관점에서 디지털보험사의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장기 보장성상품을 통한 CSM 창출력, 마케팅비용을 넘어서는 규모 성장, 자체 자본만으로 감당 가능한 지급여력비율 수준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