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를 인터넷에서 광고할 때 차량 가격뿐 아니라 관리비와 보험료 등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모든 비용을 합산해 표시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차량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면 판매자에게 수리를 요구하거나 일정 요건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길도 넓어진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6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연간 약 250만대에 달하고 2025년에는 수출 88만대를 기록하는 등 우리 경제의 중요 산업이지만, 계약 단계에서 추가 수수료가 뒤늦게 고지되거나 성능·상태점검 기록부와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른 사례가 이어지면서 시장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중고차 관련 민원의 약 80%가 사고 이력이나 엔진·변속기 하자 누락 등 성능기록 부실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능보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도 문제로 꼽혔다. 소비자가 부담한 성능보험료는 2019년 도입 이후 5년 만에 2.2배로 늘었고, 보험료 가운데 모집수수료와 운영비 등을 포함한 사업비 비중은 약 44%에 달했다.
정부는 우선 중고차 매매업자가 인터넷 플랫폼에 차량을 광고할 때 차량 가격과 각종 수수료를 합친 최종 지불금액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한다. 계약 과정에서 별도의 관리비나 성능보험료를 추가로 요구하는 이른바 ‘숨은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성능·상태점검 기록부도 현재 차량 환경에 맞게 개편하고 세부 점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침수 여부나 사고 이력 등 중요 항목을 잘못 기재한 경우에는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제재 근거를 강화한다.
차량 하자에 대한 책임 구조도 판매자 중심으로 바뀐다. 기존에 점검자가 가입했던 성능보험을 매매업자가 가입하는 의무보험으로 통폐합하고, 글로벌 스탠다드(OECD 주요국)에 부합하게 하자보증책임은 차량을 판매한 매매업자에게 부여할 방침이다.
정부는 보험의 보장기간과 대상 항목을 확대하는 동시에 제조사 보증과 중복되는 항목을 조정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한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의 하자 발생률 등 신뢰도 정보는 매년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사업자를 지정할 예정이다.
환불 기준도 마련된다. 차량을 산 뒤 7일 이내 엔진 등 주요 장치에 하자가 발견되고 수리비가 300만원 이상이면서 매매가격의 30%를 넘거나, 수리기간이 30일 이상 걸리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내차팔기 플랫폼의 책임도 강화한다. 플랫폼의 차량 진단 오류로 딜러나 차주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실제 손해액에 상응하는 보상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이용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나 정당한 이의 제기를 이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와 국토부 장관의 행정처분 권한도 신설한다.
국토부는 오는 9월 중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성능점검과 보험제도 개편 등 세부 과제를 논의할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낡은 관행과 미비한 제도를 바로잡아 소비자는 안심하고 거래하고 사업자는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중고차 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