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관련 업무의 49~54%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처리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잠재력이 있지만, 실제 활용은 일부 문서 작성과 행정 지원 업무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보험업의 AI 실행 격차: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있나’ 보고서를 통해 보험 관련 직업과 업무의 AI 잠재노출도와 관측노출도를 비교하고, 이론적 활용 가능성과 실제 도입 수준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잠재노출도는 해당 직업의 업무 가운데 AI를 활용해 결과물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완료 시간을 50%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평가된 비중으로, 미국 노동부 직업정보망(O*NET)의 개별 업무에 대해 AI가 이론적으로 각 업무를 얼마나 효율화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산출됐다. 관측노출도는 실제 업무 시간 가운데 AI로 처리되는 비중으로, 2025년 8월과 11월의 생성형 AI ‘클로드(Claude)’ 글로벌 사용 기록을 토대로 측정됐다.
AI 전문가 평가 결과 보험 관련 직업의 잠재노출도는 0.49~0.54로 나타났다. 보험 업무의 약 49~54%는 AI를 활용할 경우 처리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이는 분석 대상 전체 923개 직업의 중앙값인 0.31을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 관련 업무 104개 가운데 AI 활용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 업무는 83개였지만, 실제로 충분한 AI 활용이 관측된 업무는 8개에 그쳤다. 특히 추가 소프트웨어나 보험사 내부 시스템과의 연동이 필요한 업무 59개 가운데 57개에서는 실제 활용이 관측되지 않았다.
보험 업무 가운데 맞춤설계와 상품 설명, 보험료 계산, 기록 관리, 서류 제출, 마케팅 전략 초안 작성 등 언어·정보 처리 중심 업무는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평가됐다. 반면 최종 대면 협상과 인맥을 통한 신규 고객 발굴, 대면 상담을 통한 고객 수요 파악, 파손 상태와 구조에 대한 현장 실사 등 물리적 확인이나 신뢰 형성이 필요한 업무는 AI 활용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직업별로는 보험설계사의 잠재노출도가 0.53, 관측노출도가 0.319로 보험 관련 직업 가운데 실제 활용 수준이 가장 높았다. 전체 업무 시간의 약 31.9%에서 AI가 활용된 것으로, 분석 대상 756개 직업 중 상위 8%에 해당한다. 대면 영업 자체보다는 고객 접근 메시지와 면담 질문, 맞춤형 상품 설명 초안 등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AI 활용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리사는 잠재노출도가 0.537로 AI를 통한 효율화 가능성이 가장 높았지만, 관측노출도는 0.054에 머물렀다. 보험료율과 책임준비금·부채 산정, 재정건전성 지표 분석 등 핵심 업무에서 데이터 보안과 시스템 연동 문제가 실제 활용을 제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언더라이터의 관측노출도는 0.062, 손해사정·심사 직군은 0.082, 보험 청구·계약 사무는 0.147로 집계됐다.
손해사정 분야에서는 보장 판단을 위한 청구 기록 검토와 사내 보고서 작성에 AI가 활용됐지만, 보험금 지급 승인과 합의·거절 결정, 중재·재판 참석 등 법적 책임과 대인 협상이 따르는 업무에서는 활용이 관측되지 않았다.
보험 청구·계약 사무에서는 계약자 서신 검토와 신규 계약·보험금 청구 처리, 정부·사업 서식 작성 등 정형화된 서류 업무에 AI 사용이 집중됐다.
보고서는 실행 격차의 원인으로 AI 모델의 기술적 신뢰성 한계와 법적 자격·권한 문제, 전용 소프트웨어·사내 시스템 연동과 데이터 정비를 위한 보완 투자 필요, 인간 관리자의 확인·승인 절차 등을 지목했다.
특히 인수심사와 손해사정, 보험금 지급 결정은 AI 오류가 재무적 손실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거래에 걸맞은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검증 절차가 요구된다고 봤다.
송 연구위원은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부터 사람의 판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AI를 도입해 실무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사내 시스템과 데이터 정비, 임직원의 AI 활용 역량 강화, 대면·관계형 업무의 가치 제고와 함께 AI의 오류·편향·책임을 다루는 거버넌스를 선제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