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보험업계가 7월 1일부터 '상품 적정성 관리에 관한 자율규범'(이하 자율규범)을 시행하며 보험대리인 등급별 상품 판매 제도를 본격 도입했다. 일정한 교육과 시험을 통과한 보험대리인만 해당 등급에 맞는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소비자 보호와 판매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자율규범은 보험사의 교육·훈련을 이수하고 중국보험업협회(中国保险行业协会, Insurance Association of China, IAC) 시험을 통과한 보험대리인만 자신의 자격 등급에 맞는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업계 자율규정이다. 보험대리인의 자격 취득부터 고객 평가까지 보험상품 판매 전 과정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자율규범은 지난 30여 년간 유지된 인해전술식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은 1992년 AIA가 상하이에 진출하면서 보험대리인 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하며 시장을 확대했다. 보험대리인 수는 2019년 912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조직 확대 경쟁 과정에서 친구·친척·지인을 무분별하게 모집하는 중복 증원과 전문성 부족이 나타났다. 정(情)에 의존한 계약이 늘면서 불완전판매가 확산됐고, 허위 계약과 데이터 조작, 허위 증원 등 각종 영업 부작용도 발생했다.
2025년 중국 보험업계 민원은 전년 대비 368% 증가했고, 이 가운데 60% 이상이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감독당국은 2019년부터 허위 보험대리인 정비에 착수했고, 2023년 보험사에 '성실 보고 의무'를 부과했다. 그 결과 2026년 3월 말 기준 보험대리인은 212만6000명으로 7년 만에 약 700만 명 감소했다.
자율규범의 근거는 올해 2월 시행된 '금융기관 상품 적합성 관리방법'이다. 은행과 보험 등 업권을 아우르는 금융상품의 적합성 관리 원칙을 보험업계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등급제가 새로운 판매 시스템의 출발점인 동시에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업협회의 등급시험 체계가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고, 보험사도 시스템 개편과 교육·훈련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보험사는 시스템 구축과 교육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등급제가 상품 적합성은 높일 수 있지만 기존 피라미드 조직 구조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고 등급의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조직 내 보상체계는 기존 피라미드 구조를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아, 수당과 판매보상이 상위 조직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보험회사가 등급제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도 피라미드 조직이 흔들릴 경우 영업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중국 정부와 보험업협회는 새로운 보험 판매 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 등급제 안착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결국 중국 보험업계는 기존 조직을 유지할 것인지, 전문성 중심의 판매체계로 전환할 것인지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