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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내 귀에 캔디” ― 알고리즘이 만드는 확증편향

박치수 교수
박치수 교수

[신문로] "내 귀에 캔디" ― 알고리즘이 만드는 확증편향

"내 귀에 캔디 꿀처럼 달콤해 니 목소리로 부드럽게 날 녹여줘"

백지영이 부른 빅 히트곡 '내 귀에 캔디' 노랫말의 일부다. 귓전에 스치는 멜로디만 들어도 얼마나 달콤한가. 하지만 사랑 노래가 아닌 현실의 권력 앞에서,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함은 종종 치명적인 독약이 되곤 했다.

초한지(楚漢志)의 영웅 항우(項羽)는 천하를 호령할 만한 용맹을 가졌으나, 자신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당대 최고의 전략가 범증(范增)의 직언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유방(劉邦) 측의 이간계와 주변 간신들의 달콤한 아첨에 눈이 먼 항우는 결국 유일하게 진실을 말하던 범증을 의심하여 내쫓았고, 이는 곧 초나라의 비참한 파멸로 이어졌다.

로마의 네로(Nero) 황제 역시 마찬가지다. 황제이기 이전에 예술가로서 자아도취에 빠져 있던 그의 비위를 맞추며 온갖 폭정과 기행을 '신의 예술'로 치켜세운 근위대장 티겔리누스(Ofonius Tigellinus)가 없었다면, 네로가 그토록 참혹한 종말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권력의 정점, 혹은 성공의 가도에 선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현상은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된다. 시장의 냉혹한 경고를 차단하고 오너의 오판에 무조건 동조하는 '조직적 아첨'과 '예스맨(Yes-man)' 문화는 코닥(Kodak)이나 엔론(Enron) 같은 거대 기업을 역사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든 핵심 동인이었다.

심리학이나 뇌과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인간의 뇌는 자신의 신념이나 결정이 옳다고 인정받는 순간, 인지적 쾌락을 느끼며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이를 '확증 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반면 자신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기존 가치관을 뒤흔드는 직언을 마주할 때 인간은 극심한 심리적 불협화음을 겪으며, 이를 물리적인 통증과 유사한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특히 높은 사회적 책임과 만성적 피로에 시달리는 리더들은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면 본능적으로 갈등을 피하고 심리적 안정을 갈구하게 되는데, 이때 다가오는 아첨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안식처가 된다.

결국 인간은 진실의 쓴맛보다 내 생각이 맞다는 환상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자주 활용하다 보면 달콤한 칭찬이 유난히 많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AI는 인간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하는 강화학습 과정을 거치며 철저하게 '사용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최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객관적인 팩트나 뼈아픈 진실을 직시하게 만들기보다, 사용자가 은연중에 드러내는 편향이나 원하는 정답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이는 '동조성 답변'을 내놓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사용자의 검색 기록과 클릭 데이터를 분석해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별해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지능적이고 매끄러운 디지털 아첨꾼을 비서로 두게 된 셈이며, 저항 없이 확증 편향을 강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술이 주는 압도적인 편리함은 일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함정을 내포한다. AI가 내놓는 매끄러운 정답에 길들여질수록 우리는 스스로 질문하고 의심하는 '사고의 스위치'를 꺼버리게 된다.

나를 둘러싼 알고리즘의 안락한 울타리를 부수기 위해서는 정신의학자 라미 카민스키(Rami Kaminski)가 저서 '이향인(The Gift of Not Belonging)'에서 말한 것처럼, 주류 시스템에 무비판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의도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시스템 내부의 문법에 매몰된 이들은 전체 판도를 읽지 못하지만, 경계 밖의 '이향인'은 세상을 객관적이고 낯설게 조망할 수 있는 매서운 눈을 갖는다. 그리하여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중심을 지키는 이향인들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세상의 가장 중요한 진실을 꿰뚫어 보며 결국 세상의 중심이 된다는 통찰이다.

이를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 대입해 보면, 알고리즘이 촘촘하게 짜놓은 매끄러운 궤도 위에 안주하는 주류가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시스템 밖의 이향인이 되어 날 선 의문표를 던지는 태도가 절실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내 귀에 캔디'처럼 파고드는 알고리즘의 달콤함을 거부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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