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법인보험대리점) 시장의 경쟁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설계사 수와 매출 규모 등 외형 성장 지표가 경쟁력을 좌우했지만, 이제는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역량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 역시 외형 확대보다 영업의 질과 소비자 신뢰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내부통제 수준이 GA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해 대형 GA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실태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 1~2등급이 38.6%, 3등급이 32.0%, 4~5등급이 29.3%로 나타났으며, 개별 회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평가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GA별로 의견을 받고 있다”며 “질의 항목이 예상보다 많아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말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뒤 9월 평가를 실시하고, 10월 각 GA에 결과를 개별 통보할 계획이다. 내부통제가 미흡한 회사에 대해서는 별도 면담과 개선 권고도 병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평가가 단순한 감독 절차를 넘어 GA 산업이 양적 성장 중심에서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질적 성장 단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평가는 평가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내부통제 규정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보다 실제 영업현장에서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방향으로 평가체계가 개편됐다.
보험사들도 위탁 GA를 선정·관리하는 과정에서 자체 내부통제 평가모형을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평가체계가 적정하게 운영되는지를 감독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보험사와 계약을 유지하거나 신규 위탁을 받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수준이 사실상 필수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주로 평가하는 항목은 준법감시 조직과 소비자보호 체계, 내부감사, 불완전판매율, 민원 발생률, 계약 유지율, 개인정보보호, 설계사 교육, 법규 위반 이력, 지배구조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설계사 위촉 심사, 위법행위 이력 관리, 비교·설명 의무 준수, 전화모집 녹취 점검, 광고 심의, 민원관리, 지사·지점 리스크관리, 개인정보보호 등 영업 전반의 내부통제 체계를 폭넓게 점검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내부통제 제도를 만들어 놓았는지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형식적인 규정보다 실효성을 중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계약 유지율 평가체계다. 기존에는 13회차·25회차·37회차 유지율을 함께 평가했지만, 이번부터는 61회차 유지율만 핵심 지표로 반영된다. 61회차 유지율은 계약 체결 후 5년 이상 유지된 계약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는 단기 판매 실적보다 장기간 유지되는 계약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고 사후관리까지 충실히 이뤄져야 높은 유지율을 기록할 수 있는 만큼, 모집 품질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통제효과 부문 역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구분해 불완전판매율과 61회차 유지율 중심으로 단순화됐다. 여기에 최근 3년간 기관 및 임직원 제재, 금융사고, 내부통제 관련 실적 등이 가감점 요소로 반영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 시책 경쟁이나 고수수료 상품 판매보다 모집 품질과 계약 유지, 소비자 만족도를 중시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모집수수료 분급제 시행을 앞두고 장기 계약관리 역량을 미리 점검하려는 성격도 강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