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109시간여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8개 기관 30여 명으로 구성된 중앙화재합동조사단을 운영해 화재 원인과 구조적 취약성,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진압이 길어진 배경으로 외벽의 샌드위치패널과 내부 메자닌 구조가 지목됐다. 샌드위치패널은 철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자재로, 불이 붙으면 내부를 따라 화염이 빠르게 번지고 소화수가 발화 지점까지 닿기 어렵다. 창고 내부를 철골 구조물로 여러 층으로 나눈 메자닌 구조와 빽빽한 적재 방식도 진화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는 2021년 경기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물류시설 화재안전기준을 마련해 2024년부터 시행했지만, 이번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는 2023년 준공돼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최근 5년간 대형 물류창고 화재 20건의 재산피해가 1조원을 넘었으며, 전국 물류창고의 72.7%는 여전히 강화 이전 기준을 적용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명예교수는 샌드위치패널이 공장에서도 많이 사용되며, 좁은 간격으로 밀집한 산업단지에서는 화재 시 인접 건물로 불이 번질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법이 기존 기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문제를 그대로 두면 대형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재물보험 약 3800억원, 기업휴지보험 약 4400억원, 재고·물류시설 3300억원대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공동 인수했고 일부 위험은 국내외 재보험사로 넘겨져 실제 부담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보험금 지급 규모는 현장 조사와 손해사정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을 위해 건축기준 강화뿐 아니라 시설 관리와 보험제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전문가가 안전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가 보험 인수 여부와 보험료에 반영되는 반면, 국내는 화재안전 점검 결과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는 제도가 있지만 안전투자가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 교수는 강화된 기준을 기존 시설에도 적용하고,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곳은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대체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준공 당시 기준만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시설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위험도에 따라 시설 개선과 보험료를 연계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