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 109시간여 만에 완전히 진화되면서 정확한 발화 원인 규명이 본격화됐다. 이번 화재는 샌드위치패널과 메자닌 구조 등 대형 물류시설의 구조적 취약성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건축·소방 기준은 물론 시설물 관리와 화재보험 위험평가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께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발생한 불은 7층까지 번진 뒤 109시간 40여분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8개 기관 30여 명으로 구성된 중앙화재합동조사단을 운영해 화재 원인과 구조적 취약성,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 대량 가연물·복잡한 구조에 진화 난항
화재 진압이 장기화한 원인으로는 외벽의 샌드위치패널과 내부 메자닌 구조가 꼽힌다. 샌드위치패널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자재로, 불이 붙으면 내부를 따라 화염이 빠르게 번지고 철판에 가려 소화수가 발화 지점까지 닿기 어렵다. 이번 화재에서도 고열에 약해진 패널과 철판이 떨어지면서 소방장비 운용과 대원 진입에 제약이 발생했다.
창고 내부를 철골 구조물로 여러 층으로 나눈 메자닌 구조와 빽빽한 적재 방식도 진화를 어렵게 했다. 복잡한 내부 동선과 가연성 물품이 여러 단으로 쌓여 스프링클러나 외부 소화수가 적재물 안쪽까지 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경기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물류시설 화재안전기준을 마련해 2024년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이번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는 2023년 준공돼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최근 5년간 대형 물류창고 화재 20건의 재산피해가 1조원을 넘었지만 전국 물류창고의 72.7%는 여전히 강화 이전 기준을 적용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명예교수는 이 같은 문제가 물류센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샌드위치패널은 공장에서도 많이 사용하며, 좁은 간격으로 밀집한 산업단지는 화재가 발생하면 인접 건물로 불이 번질 위험도 크다”며 “개정법은 기존 기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문제를 그대로 두면 대형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건축기준·시설관리·보험까지 연계 필요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건축기준 강화뿐 아니라 시설 관리와 보험제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해당 물류센터는 재물보험(PAR) 약 3800억원, 기업휴지보험(BI) 약 4400억원, 재고·물류시설 3300억원대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공동 인수했고 일부 위험은 국내외 재보험사로 넘겨져 실제 부담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보험금 지급 규모는 현장 조사와 손해사정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전문가가 건축재료와 방화구획, 스프링클러·소방용수, 시설 관리상태 등 안정성을 검토한다. 안정성 평가는 보험 인수 여부와 보험료·계약 조건에 반영된다. 안전성이 높은 건물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가 적용되다 보니 화재 예방 투자와 시설 개선을 유도하는 구조가 되기도 한다.
반면 국내는 화재안전 점검 결과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는 제도가 있지만 안전투자가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또한 소방과 건축, 보험을 담당하는 기관이 분리돼 시설 개선과 보험료 인하가 연결되지 못하는 만큼 화재보험의 위험평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강화된 기준을 기존 시설에도 적용하고 현실적으로 개정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곳은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대체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며 “위험진단과 개선에 나서는 문화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법으로 강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시설물 화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준공 당시 기준만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시설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위험도에 따라 시설 개선과 보험료를 연계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