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와 인구 고령화, 디지털 격차가 빠르게 확산되는 ‘초위험 사회’에서 포용보험을 단순한 일시 지원이 아닌 스스로 작동하는 시장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컨퍼런스룸에서는 ‘초위험 사회의 새로운 안전망: 한국형 포용보험 도입방안과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국정과제와 맞물려, 취약계층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보험업계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포용보험을 일시적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안전망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급속도로 커지는 위험을 공공 영역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산업이 사회안전망의 빈틈을 메우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 지원에만 의존할 경우 장기적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재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포용보험을 ‘보험 소외계층이 필요한 보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규정했다. 그는 “직접 지원에 의존하는 방식을 벗어나 데이터 분석, 위험 분담 체계, 수익성 모델, 전달 인프라를 갖춘 자생적 시장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와 보험사, 지역사회가 역할을 분담하는 민관 협력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손성동 RMI 보험경영연구소 부소장은 포용보험이 단순히 위험을 차단하는 ‘그물’이 아니라 취약계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트램펄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대면 신뢰를 결합한 ‘한국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시하며, 기존 보험사와 소액단기보험회사에 각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투트랙 규제 유연화와 별도 재단 설립을 제안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민환 인하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은미 서민금융진흥원 과장, 방병호 손해보험협회 부장, 유명신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팀장, 차경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참석해 포용보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보험업계는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정부와의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포용보험을 시장의 자생적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