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공동의 적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분명한 전쟁이었으므로 일본을 대하는 관점이나 방식에서 의견이 나뉠 여지가 없었다. 즉 조선 조정의 합치된 인식은 명나라와 힘을 합쳐 일본군을 강토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후금은 조선의 태도 여하에 따라 공동의 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달랐다. 이미 쇠락의 길로 들어선 명나라를 위해 떠오르는 후금을 굳이 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는 물론 500여 년 전 고려가 금나라의 외교적 압력에 순응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조선이 명과의 공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대후금 정책을 펼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사실은, 이미 그 자체로 명·조선을 축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질서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