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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경재 교수
이경재 교수

인간과 로봇의 탁구 대결이 가능할까. 아무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고 해도 각도와 방향, 속도와 높이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공을 받아 정확히 네트를 넘기며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심지어 팔 하나로 된 로봇이 혼자 서브까지 넣어가며 인간을 이기고, 자존심이 상한 인간은 공을 세게 내리쳐 로봇의 키를 넘긴 끝에 겨우 한 점을 따내기도 한다. 골프에서도 인간은 평생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로봇은 단번에 해낸다.

바둑은 또 어떤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의 성적을 거뒀다. 그때 이세돌 9단은 “사람으로 치자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게 이미 10년 전이니, 지금은 인간이 100전 100패 할 것이다.

그렇다면 AI와 정면으로 마주한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먼저 독자 여러분께 하나의 퀴즈를 던지고 싶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와 그렇지 않은 과학자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공부 시간일까, IQ일까, 학점일까, 아니면 성격일까.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이 1901년부터 2005년까지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과 일반 과학자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는 뜻밖이었는데, 노벨상 수상자들의 학점은 평균 수준이었고 IQ 역시 일반 대학 졸업생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바로 예술 활동과 취미 활동이 월등히 많았다는 점이다. 음악 활동은 두 배, 미술 활동은 일곱 배, 공연 활동은 7.5배 높았으며, 소설이나 시를 쓰는 활동도 무려 12배나 많았다.

이쯤에서 우리 교육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국내 한 대기업 총수가 대학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학교 이름만 빼고 전부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교양 교육이 불필요하다고 했으며, “우리 대학 출신은 숫자 하나는 제대로 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회계학을 필수 교양으로 지정한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반면 ‘시카고대학교의 기적’은 정반대의 길을 보여준다. 1929년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허친스(Robert Maynard Hutchins)는 학생들이 고전 100권을 읽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도록 하는 ‘시카고 플랜’을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무명의 사립대학이었던 시카고대학교는 그 이후 지금까지 약 100명에 가까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도 2025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2명 배출했으며, 지금까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 12명, 화학 9명, 생리의학 6명 등 총 27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없다. 수학·과학 국제경시대회 등에 나가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최우수상, 대상 등 싹쓸이를 하지만.

세계은행 총재와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총장을 지낸 김용 전 총장은 그 이유로 대학 교육에서 인문학과 교양 교육의 빈약함을 지적한 바 있다. “다트머스에서는 이공계 학생도 그림을 배우고, 로스쿨 학생도 스포츠와 음악에 많은 시간을 쓴다”고 그는 말했다.

숫자와 전공만을 중시하는 우리의 교육 풍토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토양이 되는 것은 아닐까.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더 많은 지식의 기억이나 기술, 혹은 작업 속도, 업무 효율, 더 빠른 연산이 아니라 더 깊은 사유, 더 넓은 감수성, 그리고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창의성에서 나와야 한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는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의 전문성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교양, 인문학, 예술의 세계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통합적 사고를 기르는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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