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이 중국 노동시장 전반에 새로운 고용 리스크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년층과 플랫폼 노동자 중심으로 고용 불안이 확대되면서,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경제 구조 변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6년 3월 중국 25~29세 실업률은 7.7%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전국 전체 실업률도 5.4%로 올라 최근 1년 사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임금 상승세 역시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5~29세 연령대는 대학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핵심 계층으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기업 채용 수요가 집중되던 구간이었지만, 최근에는 AI 기술 확산과 기업들의 채용 축소가 맞물리면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계층으로 지목되고 있다.
AI의 고용 충격은 기존 기술 혁신과 비교해 훨씬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AI 확산 이후 글쓰기 관련 일자리는 33%, 번역 직무는 19%, 고객서비스 직무는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객 응대, 문서 작성, 정보 정리, 기본 상담과 같이 규칙 기반 업무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감소 폭이 컸다.
AI 확산 속도는 중국 정부 정책과 기업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더 빨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2년 연속 정부 업무보고에 AI 산업 육성을 포함했고, 상하이·광둥·산둥·베이징·선전 등 주요 지역도 관련 지원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AI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입증할 경우 대기업이 먼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중소기업이 이를 빠르게 따라가면서 특정 시기에 채용 감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노동시장이 새로운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기 전에 기존 일자리 감소가 먼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층 고용 부담은 대학 졸업생 증가와도 연결된다. 중국의 올해 대학 졸업생 수는 1270만명으로 예상되며, 전년보다 48만명 증가한 수준이다. 경기 둔화 속에서 구직자는 늘고 기업 채용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AI가 초급 직무까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청년층 취업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청년보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1.8%가 “기업 채용 기준이 높아졌다”고 답했고, 41.9%는 “AI 발전으로 일부 직무 수요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단순 인력보다 AI 활용 능력과 고숙련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면서 노동시장 진입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신취업형태의 배달·택배·차량호출 등 플랫폼 노동시장이 경기 침체 시 고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해왔다. 현재 중국 신취업형태 노동자는 84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이 분야 역시 AI와 자동화 기술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 배차 시스템 확산은 플랫폼 노동자의 수익 구조를 압박할 수 있고, 자율주행·무인배송 기술은 중장기적으로 운전·배송 직군 자체를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청년 실업 확대가 소비 위축과 사회 불안 심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신규 일자리 창출과 직업 재교육,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기술 확산 자체를 막기보다 노동시장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정책 대응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