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연초 제시한 경영 방향을 하반기 들어 사업 재편과 인공지능 전환(AX), 생산적 금융 확대 등 구체적인 실행 과제로 옮기고 있다. KB·신한은 경영진 회의를 통해 중장기 사업 전략과 AI 업무 체계를 구체화했으며, 하나금융은 조직·투자 체계를 정비하고 우리금융은 자금 공급 확대와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연초 구상을 이행하고 있다.
■ KB, ‘전환과 확장’을 중장기 어젠다로… 보험 성장축 부상
KB금융그룹은 상반기에 제시한 경영 방향을 사업별 과제와 계열사 협업 구조로 연결했다. 양종희 회장은 지난 1월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사업 모델과 일하는 방식의 ‘전환’, 새로운 시장과 고객으로의 ‘확장’을 큰 방향으로 제시하며 생산적·포용적·신뢰받는 금융과 함께 자산관리(WM)와 중소기업금융(SME)을 그룹 역량을 결집할 핵심 영역으로 설정했다.
하반기에는 이를 ▲WM·연금 사업 모델 재설계 ▲중소법인 경쟁력 확보 ▲기업투자금융(CIB)·자본시장 협업 강화 ▲보험·투자운용 역량 선진화 ▲AI 전환 가속화 등 2027~2029년의 5대 어젠다로 구체화했다.
특히 상반기부터 추진해 온 보험·시니어 사업을 그룹의 중장기 성장축으로 격상했다. KB금융은 지난 1월 20일 서울 역삼동 KB라이프타워에 보험·요양·은행 서비스를 결합한 ‘보험-은행 복합점포’ KB라이프 역삼센터를 열었고, 이어 지난 4월에는 노후자금·건강·치매·요양 등을 아우르는 시니어 라이프케어 플랫폼 ‘KB골든라이프 ON’을 개설했다.
양 회장은 지난 10~11일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도 머니무브를 WM과 자산운용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생산적 금융을 CIB와 중소기업 비즈니스의 역할을 확대할 전환점으로 재해석했다.
■ 신한, AX 실행력 전면 배치… 경영진 역할 재정의
신한금융그룹은 상반기 경영진의 자기 진단과 책임의식에 초점을 두고 AX와 디지털 전환(DX) 가속화, 생산적 금융, 소비자보호, 미래 전략산업 선도를 위한 실행 의지를 다졌다.
하반기에는 시장 지위 제고와 AX 실행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혁신 결의를 성과 중심의 실행 체계로 전환했다.
지난 3~4일 열린 ‘하반기 경영포럼’에서는 자체 제작한 AI 에이전트가 토론의 ‘레드팀’으로 투입돼 반론과 대안을 제시하고 발표안을 평가했다. 진옥동 회장은 “AI 시대, 경영진은 매니저가 아닌 조정자가 돼야 한다”며 “리더들부터 AI를 활용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2030년 그룹이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을 가정해 현재 경쟁력을 역산하는 방식으로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전략의 초점을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로 옮긴 셈이다.
■ 하나·우리, 조직·투자·자본 배분으로 전략 이행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조직과 투자, 자본 배분을 통해 연초 전략을 실행 단계로 옮겼다.
하나금융은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목표를 17조8000억원으로 확대했으며, 5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도 조성해 투자 실행력을 높였다. 오는 9월부터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조성한 그룹헤드쿼터에 관계사들이 단계적으로 입주하면 금융·IT 인력 결집을 통한 AX와 계열사 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임종룡 회장 주재로 열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생산적·포용금융, 전사적 AX, 그룹 시너지 강화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이후 생산적 금융 9조4000억원 조기 집행과 더불어 동양생명 완전 자회사화 추진, 우리투자증권 1조원 증자 완료 등을 통해 비은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는 계열사 간 복합거래를 확대하고 은행의 수익력 회복과 비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기업금융 강점을 바탕으로 생산적·포용금융 지원을 위한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 목표도 기존 80조원에서 90조원으로 상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의 하반기 경영전략은 연초 수립한 구상을 현재 금융 환경에 맞춰 구체화하고 점검하는 자리”라며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포용금융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활용 방식과 그룹별 특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업무 적용과 보안 체계 구축 등 선제적인 대응 역량을 확보하는 것 역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