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개요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나52125 판결 이 사건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선후행 차량 간 추돌사고다. 원고 차량은 광명시 소하동 소재 편도 4차로 자동차전용도로 3차로를 주행하던 중, 진행 방향 앞에 별다른 장애 사유가 없었음에도 갑자기 감속했다.
뒤따르던 피고 차량은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감속했지만, 결국 원고 차량 후면을 충돌했다. 원고 보험사는 자기차량손해 담보 보험금으로 수리비 70만5500원(자기부담금 20만원 제외)을 지급한 뒤, 피고 차량 보험자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과실비율을 원고 60%, 피고 40%로 판단해 구상금 일부만 인용했고, 원고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법원은 원고 차량의 과실을 60%, 피고 차량의 과실을 40%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차량이 아무런 장해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급감속 한 점을 주된 과실사유로 인정했다. 동시에 피고 차량 역시 상당한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해 뒤늦게 정차한 것으로 판단해 후행차량의 과실도 별도로 인정했다.
이 판결의 과실비율 산정은 두 개의 독립된 의무위반이 경합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첫째는 선행차량(원고 차량)의 ‘정당한 사유 없는 급감속 금지의무’다.
도로교통법 제19조 제3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급제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는 후행차량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된 주의의무다. 법원은 원고 차량 진행방향에 아무런 장해사유가 없었다는 점을 적시함으로써, 이 사건 감속이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는’ 감속이었음을 사실인정의 축으로 삼았다.
둘째는 후행차량(피고 차량)의 ‘전방주시 및 안전거리 유지의무’다. 법원은 피고 차량이 상당한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는데, 이 표현은 상당한 함의를 갖는다.
즉 피고 차량의 과실은 안전거리 미확보라는 전형적 유형이 아니라, 정상적인 거리를 확보하고도 발견이 늦었다는 순수한 주시태만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통상 자동차전용도로·고속화도로에서의 단순 추돌은 안전거리 미확보를 이유로 후행차량에 압도적 과실이 귀속되는 것이 일반적 기준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후행차량의 안전거리 확보라는 기본 전제가 충족된 상태에서, 선행차량의 예측 불가능한 급감속이라는 변수가 개입해 기본 과실비율 자체를 뒤집은 사안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법원이 “진행 방향 앞쪽에 아무런 장해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두 차례 반복하여 강조한 것도, 이 감속의 ‘정당성 결여’가 전체 논증을 고정하는 핵심 축임을 보여준다.
이번 판결은 추돌사고에서 흔히 통용되는 “후행차량 과실 우선”이라는 직관적 도식이 절대적 원칙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안전거리를 유지한 후행차량이라도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하면 과실이 인정되지만, 그 과실의 비중은 선행차량이 부담하는 급제동 금지의무 위반의 정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양측의 의무위반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의 주시태만(피고)과 도로 상황상 아무런 근거 없는 급감속(원고)이라는 두 행위의 질적 차이에 주목해 6대 4라는 비율을 도출했다. 이는 실무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행차량 측에서 구상금 방어를 시도할 경우, "뒤차는 앞차의 동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하고, 선행차량의 감속에 정당한 사유—전방 장애물, 신호, 선선행차량의 급정지 등—가 있었는지를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함을 이 판결은 확인시켜 준다. 반대로 선행차량 측에서는, 급감속이 불가피했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자동차전용도로와 같이 고속 주행이 전제된 도로에서는 오히려 주된 과실자로 평가받을 위험이 크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한 6:4 구상금 사건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