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 최우선’ 외친 신한은행… 거꾸로 가는 고객편의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고객이 필요로 하기 전에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신한은행 SOL뱅크를 매일 쓰던 고객들은 이달 앱이 슈퍼SOL로 전환되면서 익숙하게 쓰던 기능이 사라졌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디지털 경쟁력을 앞세운 신한은행의 전략이 정작 기존 고객의 불편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행장이 직접 내세운 슈퍼SOL 전략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시 연수원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정상혁 은행장은 하반기 핵심 전략으로 ‘Wide & Deep’을 제시했다. 더 많은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Wide), 고객 맞춤 솔루션으로 관계를 심화(Deep)한다는 구상이다.
이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는 그룹 통합 앱 ‘슈퍼SOL’이 꼽혔다. 신한은행은 슈퍼SOL 안착 전담 조직인 ‘슈퍼SOL추진단’을 신설하고 ‘마케팅본부’와 ‘고객마케팅부’도 새로 꾸렸다.
이 자리에서 정 행장은 “고객기반 확대는 미래 준비의 출발점”이라며 “고객 자산 보호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금융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에도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하반기 경영 전반을 슈퍼SOL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 신한은행 고객 1042만명이 겪은 현실
정 행장이 전략을 발표하기 앞서, SOL뱅크를 쓰던 신한은행 고객 1042만명에게는 이미 변화가 시작된 상태였다. 지난달 17일부터 SOL뱅크 앱 업데이트 시 자동으로 슈퍼SOL로 전환됐고, 이후 SOL뱅크 신규 설치도 불가능해졌다. 사실상 강제 전환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일부 편의기능이 사라졌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자주 사용하는 계좌의 별명이 이체 화면에 표시되지 않고, 이체 내역 이름 검색이나 저장된 이체 메모를 불러오는 기능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이용하던 송금 절차가 달라지면서 앱스토어 등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 후기들이 잇따랐다. 이에 신한은행은 출시 후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보완하며 수습에 나섰다.
■ 기능 축소, 과연 고객 중심 전략인가
일부 이용자들은 은행에서 자주 사용하던 기능이 줄어든 반면 카드·증권·보험 등 그룹 계열사 서비스는 확대됐다고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이 필요로 하기 전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정 행장의 발언과 실제 고객 경험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것과 기존 이용자의 사용성을 유지하는 일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고객 편의 기능을 줄이는 방식으로 그룹사 계열 서비스를 채워 넣는 구조가 정말 고객 중심 전략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이 하반기 전략의 성패를 슈퍼SOL에 걸었다면, 출발 조건은 순탄치 않다. ‘고객 중심의 선택권 확대’를 내세운 전략과, 강제 전환 속에 기존 기능을 축소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 행장이 직접 챙겨야 할 첫 번째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