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사, 복합형 종신보험 확대… 장기상품 중심 재편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상품전략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한동안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집중했다면, 손해보험사(손보사)와의 경쟁 심화와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최근 출시되는 종신보험은 사망보장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상품과 달리 암 치료, 생활자금, 노후자금, 연금전환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복합형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망 이후 보장뿐 아니라 생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상품 활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교보생명은 보험료 납입 이후 적립금을 생활자금이나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한 종신보험을 선보였고, 삼성생명은 암 치료 보장을 결합한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동양생명도 사망보험금 체증 구조와 연금전환 기능을 더한 상품을 내놓는 등 생보사들이 잇따라 복합형 종신보험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건강보험 중심 전략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새 보험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건강보험은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의 핵심 CSM 확보 수단으로 주목받았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담보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사업비와 손해율 관리 부담도 커졌다. 계리적 가정 변화에 따른 손익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건강보험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종신보험은 생보사가 오랜 기간 경쟁력을 축적해 온 대표 상품이다. 최근에는 사망보장에 치료, 간병, 생활자금, 연금 등 생애주기에 맞춘 기능을 더하면서 고객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예전보다 약해진 만큼, 사망보장 자체를 강조하기보다 생애 전반의 자금 활용과 보장 기능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의존도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때는 5~7년의 짧은 납입기간과 높은 환급률을 앞세워 판매가 확대됐지만, 유지율 변동과 해지 증가에 따른 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장기적인 수익성과 자본효율 측면에서 한계가 지적됐다.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강화도 상품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2027년부터 보험회사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제도가 본격 시행될 예정인 만큼 보험사들은 단기 판매 확대보다 유지율과 자본효율을 고려한 장기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종신보험 수요 감소와 건강보험 경쟁 심화 속에서 생보사들이 선택한 전략이었지만, 높은 환급률을 앞세운 판매 방식은 장기적으로 자본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단기 실적보다 유지율과 자본효율을 함께 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만큼 1인 가구 증가와 노후 준비 수요 등을 반영해 생활자금, 노후자금, 치료비 보장 등 생전 활용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담아내느냐의 차별성이 앞으로 생보사가 가져가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