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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머니 관리, ‘공공신탁·보험금 대리청구’로 개선

치매머니 관리, ‘공공신탁·보험금 대리청구’로 개선

치매머니 관리, ‘공공신탁·보험금 대리청구’로 개선

요양시설에 입소한 치매환자 나모 씨는 의사결정능력이 낮고 가족도 없어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기 어려웠다. 국민연금 등 월 40만원의 정기 수입으로 생활했지만, 공공후견인의 활동이 끝나면 재산 관리 공백이 생기고 사망 후 남은 재산 처리도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공공후견인과 심층 상담을 거쳐 월 10만원 안팎의 요양비는 시설에 직접 지급하고, 남은 월 25만원은 안전하게 저축·보관해 향후 수술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인지능력이 저하되면 본인의 재산과 보험금이 사실상 방치되는 ‘치매머니’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나 중증 뇌질환 등으로 판단 능력이 떨어지면 금융계좌 입출금과 재산 관리가 어려워지고, 보험 가입 사실을 잊어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약 154조원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치매머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재산 관리와 보험금 청구권 보호라는 두 축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2일부터 치매공공신탁제도인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8일 첫 이용계약 4건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는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가 돼 대상자의 재산을 관리·보호하는 공공신탁 기반 재산관리 지원사업이다. 본인이나 후견인이 신탁계약을 맺으면 공단이 의료비, 요양비, 생활비, 필요 물품 구입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월별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배분·관리한다.

대상은 치매,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금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제적 학대 위험이 있는 65세 이상 어르신이며, 65세 미만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도 포함된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무료로 운영되며, 본사업 전환에 따라 이용료가 부과될 경우 이용자는 서비스 이용을 중단할 수 있다. 위탁 재산은 현금,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으로 한정되며 상한액은 10억원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국민연금공단은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요양비를 요양기관 계좌로 직접 지급하고, 용돈 등 자율지출 항목은 개인 계좌로 지급한다. 특별지출이나 제3자의 부당한 영향이 의심되는 지출은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공단은 반기별 1회 이상 대상자 상태를 점검하고, 지출내역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불시점검도 실시한다.

지난 3일 기준 시범사업 문의는 1271건, 545명으로 집계됐다. 계약은 4건 체결됐으며, 치매환자 14명은 계약 체결을 위한 후견인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2년간 시범사업을 점검한 뒤 2028년 본사업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금 청구권 보호 장치도 강화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부터 보험상품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 개선안을 시행했다. 핵심은 대리청구인의 개인정보 동의 없이도 지정할 수 있는 ‘무기명 대리청구인’ 제도 신설이다. 이는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률이 2021년 26.0%에서 2026년 상반기 23.1%로 하락한 데 따른 조치다.

무기명 대리청구인은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 한정되며 보험금은 수익자 계좌로 입금된다. 기명 대리청구인 지정 때 요구하는 개인정보 동의서도 기본정보 중심으로 간소화된다. 적용 대상은 기존 치매보험에서 하반기 중 암·뇌·심혈관 관련 보험상품으로 확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와 무기명 대리청구인 제도가 함께 작동하면 치매환자 재산의 오남용과 보험금 미청구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의미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면서도 “공공신탁이 현금성 자산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치매안심신탁 등 민간 신탁이 부동산 등 비현금성 자산 관리 영역까지 역할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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