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평범한 하루의 감정이 예술로 환기되는 순간

전시 평범한 하루의 감정이 예술로 환기되는 순간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친 거리, 바쁘게 살다가 놓친 사계절의 풍경에는 그 시간을 함께한 이들의 기억과 감정이 녹아 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 전시 ‘일상, 머금다―겹쳐진 풍경들’에서는 흘려보낸 기억과 감정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은행의 소장 미술품 100여 점 중 일상의 풍경을 주제로 한 17점의 회화와 사진 작품이 소개된다. 관람객들은 회화와 사진이라는 비교적 친숙한 매체를 통해 구현된 시대의 풍경을 마주하며, 예술이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들은 우리나라 풍경을 서양화 양식으로 묘사하거나 한지, 비단 등 동양의 재료적 물성을 살려 건물을 표현하는 등 양식과 표현 기법이 혼재돼 있다. 도시의 야경을 묘사하기 위해 아크릴 물감을 덧입힌 후 판화처럼 깎아낸 박기훈 작가의 ‘Strange Landscape-만월산에서(2015)’, 같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중첩해 재구성한 이지연 작가의 피그먼트 프린트 작품 ‘River Flows in you p2(2016)’ 등 사각의 화면 안에서도 다양한 표현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이 시선을 이끈다.
작품들은 단순히 가시적인 외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 자연과 도시,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자연 풍경을 통해 계절의 온도를 담거나 반복적으로 오가는 도시 공간에서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등 작가마다의 시선과 태도가 담겨 있다. 작가들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경험을 응축한 감각을 바탕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환기한다.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인 물감의 층위처럼, 작가의 개인적 서사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주관적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전시는 의미를 머금는다. 관람객들은 익숙한 화면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발견하거나 자신을 둘러싼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최한나 한국은행 학예연구사는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걸어온 거리와 마주했던 풍경,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평범한 하루 속에 머물러 있던 장면과 감정이, 작품을 통해 각자의 경험 속에서 다시 머금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에서 오는 9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기간 내 추석 연휴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4시 40분이다. 입장료는 무료로, 개인은 자유 관람이 가능하고 단체 관람(10명 이상~40명 이하)은 최소 방문 하루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한편 한국은행은 대중과 미술의 접점을 확장하고 기관의 문화 자산을 공유하기 위해 소장품 기획 전시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01년 6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화폐박물관을 개관한 데 이어 이듬해 5월에는 박물관 2층에 소장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전시·기획하는 문화공간인 ‘한은갤러리’를 새롭게 마련했다.
전시명 일상, 머금다―겹쳐진 풍경들
기 간 2026. 03. 31 ~ 2026. 09. 27
장 소 서울 중구 남대문로 39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