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z Inside 송영흡 KR파트너스 대표 “리스크 설계가 산업 경쟁력”
송영흡 KR파트너스 대표가 공학과 금융을 결합한 융합형 리스크관리의 필요성과 보험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송 대표는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현대건설·삼성물산에서 싱가포르, 스리랑카 등 국내외 항만·인프라 사업을 수행한 뒤, 2007년 코리안리재보험으로 옮겨 리스크관리 실무를 총괄했다.
그는 “현장에서 공법과 공기(工期)에 걸린 위험을 다루던 감각이, 그 위험을 재무적으로 이전하는 재보험 업무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며 “공학과 금융은 결국 같은 리스크관리 원리의 두 얼굴이며, 지금처럼 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위험을 다루는 시대일수록 공학적 사고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최근 한국공학한림원(NAEK) 건설환경공학 분과 일반회원 후보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예비 심사는 통과했고, 정식 지원과 내부 심사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 세월호 보상과 가스터빈 국산화, 재보험으로 리스크 대응
송 대표는 재보험의 공익적 기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보상 협상을 꼽았다.
당시 선박은 증·개축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훼손돼 약관상 감항성 결여라는 면책 사유로 이어졌다. 여객 배상책임은 공제보험사인 한국해운조합이 담보하고 삼성화재가 1차 재보험사로 이를 인수했으며, 송 대표가 몸담은 코리안리는 로이즈(Lloyd's)와 함께 2차 재보험사 역할을 맡은 구조였다.
그러나 해외 재보험시장이 여객 배상책임까지 면책을 주장하자, 송 대표는 정부의 선보상·대위권 행사 구조와 해외 재보험사 협상을 통해 피해 보상 재원 마련에 기여했다. 재보험 중개사 윌리스(Willis), 김앤장 변호사들과 함께한 협상은 3년에 걸쳐 이어졌다.
그는 약관상 면·부책 논리만으로는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신 서해훼리호 침몰 당시 보상 선례와 로이즈 재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 국가를 상대로 한 장기 분쟁의 실익이 없다는 점을 설득 논리로 제시했다.
송 대표는 “작은 보험사고는 약관 논리로 풀 수 있지만, 세월호처럼 국가적 영역으로 올라가면 보상 철학이 정의의 문제로 돌아선다”며 “보험산업은 사회와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논리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23년 상업운전으로 이어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 가스터빈(Gas Turbine) 국산화 지원을 소개했다.
발전소 핵심 기자재인 가스터빈은 당시 GE·지멘스·미쓰비시 등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고 있었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개발에 나섰지만 실증 단계에서 보험 담보를 확보해야 했다.
이에 송 대표가 이끈 코리안리 위험조사·리스크관리팀은 2016년부터 비밀유지협약 체결과 부위별 위험 분석을 지원하고, 실증플랜트 성능시험과 조립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 실패의 재무 리스크를 이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시제품의 기술 검증과 보험 담보 확보가 국산화 성공의 핵심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 "공학 논의에서 리스크 흡수하는 금융 인프라 설계 공백 보완할 것"
송 대표는 보험산업이 판매 경쟁이나 수익성 논리로만 평가되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나누고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공공적 기능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로 태풍,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 위험이 커질수록 보험의 사회적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안으로는 파라메트릭보험, CAT본드, 보험연계증권(ILS)처럼 대형 재난 비용을 자본시장과 국제 재보험시장으로 분산하는 금융 장치를 제시했다. 다만 “이런 제도는 재난 발생 가능성, 도시와 인프라의 취약성, 피해 복구 구조, 공공재정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공학한림원 활동 계획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대형 기술개발과 인프라 사업의 성패는 공학·기술적 완성도 못지않게 금융이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프로젝트의 위험 크기에 비례해 자본비용을 전가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설계가 공학적 요소만큼 중요하다”며, 이런 재무적 리스크를 흡수하는 금융 인프라 설계가 공학계에서는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는 공백을 재보험 실무 경험으로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끝으로 “보험과 재보험은 산업 뒤편의 보조 장치가 아니라 기술 상용화와 사회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인프라”라며 “AI 시대에는 위험의 구조를 꿰뚫어 설계하는 공학적 사고가 금융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흡 대표는 토목공학과 재보험·산업 리스크관리를 결합한 융합형 전문가로,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국내외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07년 코리안리재보험에 합류해 손해사정·리스크관리(CRO)·기획·글로벌사업 등을 총괄하고 전무(CFO)를 지냈다.
현재는 KR파트너스 컴퍼니 대표이사로 재보험·산업 리스크관리 사업을 이끄는 한편, 코리안리 사옥 재건축사업의 기술자문도 맡고 있다. '보험산업의 숨겨진 비밀(2024)'과 '종횡무진 세계사(2026)'를 발간했고 '보험, 기후위기를 보다(2026)'에 공저자로 참여하는 등 전문 지식의 대중적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