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위조, AI로 잡는다… 보험사기 ‘창과 방패’ 전면전
다음은 2차 편집한 기사입니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한 보험사기가 등장하면서 보험업계가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 위·변조 탐지 기법을 무력화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보험사와 금융당국도 AI 기반 탐지 시스템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사기를 둘러싼 ‘AI 대 AI’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부산의 20대 A씨는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통원 확인서를 촬영한 뒤 생성형 AI를 활용해 입·퇴원 날짜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서류를 위조했다. 이후 약 1년간 11개 보험사에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1억5000만원을 편취했고, 지난해 12월 부산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보험업계에 던진 충격은 단순한 사기 금액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존 위·변조는 포토샵 편집 과정에서 폰트나 자간 차이 같은 물리적 흔적이 남아 탐지가 가능했지만, 생성형 AI는 이미지의 픽셀 자체를 새롭게 생성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위조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출력과 재촬영을 반복하면 탐지는 더욱 어려워진다.
포토샵이 과거의 ‘가위질’을 대체했듯, 이제 생성형 AI가 포토샵을 대체한 셈이다. 보험사기의 진화 속도가 탐지 기술 발전을 위협할 정도로 빨라지면서 보험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 보험사기 적발 4년 연속 1조원 넘어… 선량한 가입자 부담 확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액은 2022년 1조818억원, 2023년 1조1164억원, 2024년 1조1502억원, 2025년 1조1571억원으로 4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서며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사기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약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생성형 AI를 악용한 위·변조까지 겹치면서 적발 자체가 더 어려워지고 있어, 앞으로 이 수치는 한층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 유형별로는 실손의료·장기손해보험이 44.7%로 가장 많고, 자동차보험 22.4%, 생명보험 21.8% 순이다. 진단서와 입·통원확인서 등 증빙서류 의존도가 높은 장기보험 특성상 AI 위·변조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비용은 결국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가입자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셈이다.
■ AI 탐지로 맞불… 현장 부담은 이미 현실
보험사들은 자체 AI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거 적발 이력과 청구 패턴을 학습해 의심 사례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조직형·공모형 사기까지 추적하는 머신러닝 기반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해외 AI 기업의 기술을 들여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도 대응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4일 경찰청·금융감독원·신용정보원·보험개발원 등이 참여하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는 오는 9월까지 방지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하고 10월부터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의 부담은 수치 이전에 이미 체감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민원이나 사기 관련 건이 늘어나면서 내부적으로도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국에 접수된 민원과 사기 의심 건은 상당 부분 개별 보험사로 이관돼 조사와 심사를 거치는 구조인 만큼, 처리 지연은 결국 보험사들의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이 날카로워질수록 방패도 두꺼워져야 한다. 다만 이제는 AI 기술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면서 보험사기와 탐지 기술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보험업계의 ‘AI 대 AI’ 공방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