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값·수리비 올랐는데… 자차 자기부담금 15년째 50만원
차값과 수리비가 지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자기차량손해담보의 자기부담금 상한은 2011년 이후 50만원에 머물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12일 발표한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 제도의 평가와 개선방향' 리포트를 통해 차량 가격과 수리비 변화를 반영해 자기부담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기차량손해담보는 사고로 자신의 차량이 파손됐을 때 수리비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다만 수리비 전액을 보험사가 지급하는 것은 아니며, 계약자가 일정 금액을 부담하고 나머지를 보험사가 보상하는데 이때 계약자가 지불하는 금액이 자기부담금이다.
자기부담금은 경미한 사고에 따른 소액 청구나 과도한 수리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2010년 이전에는 계약자가 5만원, 10만원, 20만원, 30만원, 50만원 가운데 일정 금액까지 부담하고 초과분을 보험사가 보상하는 정액공제 방식이 적용됐다.
이후 2011년 2월부터는 수리비의 일정 비율을 계약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만 계약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최소 20만원, 최대 50만원 범위에서 정해지는 비례공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제도 개편 이후 차량 가격과 부품비, 공임 등 수리비는 지속해서 올랐지만 자기부담금 상한은 50만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차량가액과 수리비가 높은 고가차나 외산차는 자기부담금이 전체 수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불필요한 수리나 과도한 보험금 청구를 억제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실제로 차대차 사고에서 자기부담금이 50만원인 계약자의 자기차량 수리비는 자기부담금이 20만원인 계약자보다 5.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물배상 보험금과 자기차량손해 보험금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자기부담금 20만원 그룹의 자기차량손해 보험금은 대물배상 보험금의 약 0.5배였지만, 자기부담금이 50만원인 그룹은 약 2.2배로 집계됐다.
보험연구원은 자기부담금 50만원 그룹의 차량가액이 높고 외산차 비중이 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차량가액과 수리비에 비해 50만원의 자기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리비 절감과 보험금 청구 억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기차량손해담보의 사고발생률은 제도 개편 이후 2023년까지 낮아졌지만, 자기차량손해 건당 손해액은 대물배상담보 건당 손해액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일부 계약자의 높은 수리비와 보험금 청구가 이어지면 관련 비용이 전체 자동차보험료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사고가 없거나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계약자까지 다른 계약자의 수리비를 함께 부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기부담금 상한 50만원은 2011년 이후 높아진 차량가액이나 수리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자기차량 수리 과정에서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고 손해율을 안정화할 수 있는 자기부담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