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의 끝나면 상품 바뀌어” 설계사 유튜버 호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사전 심의 절차가 적용되면서, 규제를 준수하는 설계사일수록 콘텐츠 제작과 정보 제공에 제약을 받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보험 유튜브 콘텐츠 심의 절차에 대한 개선이 요구됐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험 유튜브 콘텐츠 심의 절차 개선에 대한 건의서’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먼저 본인을 6년간 보험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온 GA 소속 보험설계사라고 밝히며 “모든 보험 콘텐츠를 정도영업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신념 아래 제작해 왔지만, 현행 심의 구조로 인해 정보 전달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 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21년 3월 시행된 통합법이다. 금소법 시행 이후 유튜브 영상 콘텐츠는 광고 심의 대상에 포함됐고, GA 설계사가 제작한 영상은 사전 심의를 거쳐야만 업로드할 수 있다. 규제를 위반할 경우 판매자에게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심의 절차는 3단계 구조로 GA 본사 준법감시인→보험GA협회→생명·손해보험협회로 이어진다. 청원인은 다수의 GA 소속 설계사 영상 심의를 생·손보협회가 모두 담당하다 보니 물리적 처리 한계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종 심의에만 1~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보험 시장은 상품과 제도가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에 맞춰 소비자에게 적시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현 제도에서는 심의를 마친 직후 상품 내용이 변경돼 영상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정보 지연 또는 누락 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원인은 매체 간 규제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블로그나 네이버 지식인 등 다른 온라인 매체는 GA 준법감시인 심의 후 자체 책임하에 콘텐츠를 게시하는 반면, 유튜브만 과도한 절차에 묶여있다는 것이다. 법을 지키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수의 설계사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영상 심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규제를 피해 금융감독원이나 보험협회가 ‘유튜브 보험 광고 집중 점검 기간’을 공표하면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가 다시 공개하거나, 신고 움직임이 포착되면 문제 될 만한 부분만 수정해 재업로드하는 불법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제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동일 사례들이 반복되며 규정을 지키는 설계사들만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유튜브 영상 광고 심의 권한을 GA 본사로 위임하고, 준법감시인이 심의를 마친 콘텐츠는 GA 책임 아래 업로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그는 "협회는 사후 감독과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미심의 또는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공정한 시장 질서 유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업계는 국민청원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개선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A업계 관계자는 “시점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정확성과 과장 여부 역시 중요한 기준”이라며 “블로그도 초기에는 동일한 심의를 받았으나 당국 판단에 따라 자체 심의가 가능해진 만큼, 유튜브 역시 여건이 성숙되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상은 파급력이 큰 만큼 당국 입장에서도 당장 심의를 완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반복적인 위반 사례가 제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GA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업무광고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보험 광고 중 약 30%가 위반 광고물로 확인됐으며, 이 중 60% 이상이 유튜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