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리더십'… 생명보험 인수로 돋보인 전략가 면모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마무리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업계는 그룹의 수장 임종룡 회장의 이력과 리더십이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두 생명보험사의 편입은 우리금융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비은행 강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이 쌓아온 정책·구조조정 경험이 그룹의 의사결정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종룡 회장은 1981년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거치며 30여 년 동안 금융정책과 구조조정의 핵심 직위를 맡아왔다.
2015~2017년 금융위원장 시절에는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시장 안정과 정책 조율을 동시에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반복되던 시기였지만, 그는 조정·중재·결단을 반복하며 구조개혁을 밀어붙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리더십이 조직 내부에서 강하게 부각된 시기는 NH농협금융 회장 재임기다. 당시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지주-노조 간 갈등과 실적 부진이 겹쳐 내부에서 "제갈량을 데려와도 못 고친다"는 말이 돌 정도였으나, 임 회장은 취임 직후 갈등 조정과 조직 정비를 통해 정상화를 이끌어 내며 '금융계 제갈량'이란 별칭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중재·조정형 리더십'은 이후 우리금융에서 상업·한일 간 동우회 통합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2023년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 그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상징적으로 완수한 과제는 우리금융 민영화 완성이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 시절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우리금융 민영화의 구조를 설계한 인물이며, 10여 년이 지나 민간 금융지주 회장 자격으로 그 작업의 '마침표'를 스스로 찍었다.
민영화 완성은 우리금융이 정부 영향력에서 벗어나 순수한 시장 원리 기반의 경영 체계로 전환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곧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내부통제 개선, 책임경영 확립 등 질적 경영으로의 전환을 의미했고,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이 부분을 핵심 과제로 밀어붙였다.
우리금융의 오랜 과제는 은행 의존도를 벗어나 비은행 부문 체급을 키우는 것이었다. 그룹 수익의 90% 이상을 은행이 책임지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증권·보험 부문의 확장과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었다.
임종룡 회장은 취임 직후 이 과제에 정면 돌파를 택했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관행적으로 선택해온 '덩치 크고 관리가 쉬운 매물'을 찾기보다, 그는 기존의 보수적 M&A 관행을 과감히 벗어난 역발상 전략을 선택했다.
첫 번째는 증권 부문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소형 증권사를 인수한 뒤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부활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단숨에 체급을 확보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몸집을 직접 키우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판단이었다.
보험 부문에서도 그의 기조는 동일하게 적용됐다. 대형 손보사가 아닌, 가격은 낮지만 관리 난도가 높은 생명보험사 두 곳(동양생명·ABL생명)을 품는 전략을 택했다. 부담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손수 키워낼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한 셈이다.
이 같은 행보는 M&A 시장의 통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금융지주는 비싸게 사주는 자"라는 인식이 자리해 있었지만, 임 회장의 선택은 이 관행에 처음으로 균열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과적으로 그의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은 우리금융의 중장기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향후 그룹 성장을 위한 비은행 경쟁력의 뼈대를 완성하는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이자 중심 금융을 넘어서겠다'는 방향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5대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80조 원 규모 생산적·포용금융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AI·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 투자, 국민성장펀드 참여 의사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미래 투자금융 비중 확대를 추진하는 중이다. 관료 시절 정책·산업 흐름을 함께 바라보던 경험이 그룹 전략 수립 과정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두 생명보험사 편입을 통해 고령화·연금화 시대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장수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보험·연금 부문은 향후 10년간 금융산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생명보험사 편입으로 확보한 기반을 바탕으로 전략적 방향성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며, 비은행 부문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