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보험신문-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공동기획] AI 시대, 미·중 기술 디커플링이 던진 한국의 과제
한국보험신문과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은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기술 패권 경쟁, 기후위기, 고령화, 산업구조 재편 등 복합적인 변화가 한국 사회와 금융·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하는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를 비롯해 지정학적 갈등, 경제·사회 구조 변화 등 새롭게 부상하는 글로벌 리스크 속에서 한국이 직면할 과제와 대응 전략을 학계의 시각으로 짚어봅니다.
인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시대의 도래라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챗GPT(ChatGPT), 퍼플렉시티(Perplexity),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등 생성형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대학생들은 과제 작성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고 있고, 학계에서도 AI를 활용해 연구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도 AI를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보고 관련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AI의 급속한 발전은 기대와 동시에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 현장에서는 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일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Anthropic)의 새로운 AI 모델 ‘미토스(Mythos)’가 사이버 보안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여 주요 은행 수장을 긴급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AI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간 수준을 넘어선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 개발되고, 나아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국제 정치학자로서 조금 다른 측면에서 AI 시대의 도래가 초래할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경제, 안보, 외교, 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기술 경쟁은 미·중 경쟁의 핵심 영역이며, 그중에서도 AI는 국가 경쟁력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다. AI는 산업 생산성과 행정 효율성뿐 아니라 군사와 안보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양국 간 전략 경쟁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AI도 현재의 구글(Google)이나 네이버(Naver)처럼 궁극적으로는 일부 모델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중국에서 구글 사용이 제한되고,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의 딥시크(DeepSeek) 사용 금지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AI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 모델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첨단 기술, 전력 등 인프라 및 방대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자국의 AI를 갖지 못하고 미국 혹은 중국의 AI를 선택해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소버린 AI 추진에 실패한다면 같은 선택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AI는 검색엔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보다도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하나의 AI 생태계를 선택할 경우 다른 AI 생태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제권과의 연계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을 수 있다. 두 개의 배타적 AI 생태계가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