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해 보장 ‘풍수해보험’, 손해율 236.4%로 급등

재해 보장 ‘풍수해보험’, 손해율 236.4%로 급등
폭설과 이상기후 여파로 올해 상반기 풍수해보험의 손해율이 236.4%로 급등했다. 지급보험금이 839억원을 넘어서며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보험료 수입은 355억원에 그쳤다. 이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DB·KB·NH농협·메리츠·한화·삼성·현대 등 7개 손해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성 보험으로, 태풍·홍수·호우·폭설·지진 등 9개 자연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한다.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며, 주택·온실·소상공인 등 다양한 형태의 특약으로 구성돼 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손해보험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풍수해보험의 손해율은 2020년 73.9%, 2021년 36.2%, 2022년 33.7%, 2023년 28.9%, 2024년 36.2%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손해율이 236.4%로 치솟으며 보험업계의 수익 구조가 크게 흔들렸다. 특히 KB손해보험은 532.7%, NH농협손해보험은 359.5%, 현대해상은 262%, 삼성화재는 189%로 집계됐다. 반면 한화손보는 38.3%, DB손보는 25.9%, 메리츠화재는 21.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손해율 급등은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폭설 피해와 농업시설물 붕괴가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닐하우스나 온실이 대설로 인해 무너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규모 보험금 지급이 발생했다”며 “풍수해보험은 한 번의 사고가 광범위한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손해율 변동이 크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번 급등을 이상 현상이라기보다 제도적 구조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나 자연재해 보험은 매년 동일한 수준의 위험이 반복될 수 없는 구조로, 보험요율은 장기적인 사고 발생률과 손해율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며 “단기적 급등이나 급락이 바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평균 손해율은 약 42%로 비교적 안정된 수준이다.
다만 이번 사례는 정책성 보험이 갖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풍수해보험은 정부 보조를 기반으로 한 공공보험이지만 손해율이 낮을 경우 보험사가 수익을 얻고, 반대로 손해율이 급등하면 보험사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보험업계는 손실과 이익을 정부와 민간이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행안부와 업계가 손해율 변동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운영 방식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며 “손실이 특정 기관에 집중되지 않도록 구조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와 업계는 보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폭설 피해가 잦아지면서 온실 등 농업시설뿐 아니라 내부 작물 피해까지 보상하는 ‘농작물 보장 특약’ 신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풍수해보험과 농작물재해보험이 분리돼 있어 농민이 두 가지 보험에 각각 가입해야 하는 불편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특약이 추가될 경우 보장 범위가 중복돼 중복 보상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가 피해 현실을 고려해 보장 확대는 필요하지만, 제도 간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손해율 급등은 단기적인 이상치로 볼 수 있지만, 기후 리스크가 상시화되는 흐름 속에서 구조적 조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용만 의원은 “폭설과 폭염 등 이상기후로 농가와 시민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풍수해보험이 공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갖추려면 손해율 지표를 포함해 제도 전반을 점검·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지자체, 보험업계, 농업계가 함께 손실·이익 분담과 재보험, 신속한 지급체계를 마련해 실질적인 기후위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