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 농협금융 관리감독 부실에 “책임 강화” 주문

국감, 농협금융 관리감독 부실에 “책임 강화” 주문
농협금융지주의 신뢰가 연이어 불거진 비위와 통제 부실로 흔들리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비롯해 농협은행의 내부 금융사고, 농협생명의 불법 리베이트, 농협손해보험의 농작물재해보험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농협금융 전반의 내부통제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전후해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조직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입장을 요구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농협의 자산은 711조원으로 삼성보다 많다”며 “그에 걸맞은 책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호동 회장은 “이유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쳐 국민과 206만 조합원, 12만 임직원, 1100명의 조합장께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면서도 “내부적 사항은 수사 중이라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회 수장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농협은행의 내부비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농협은행 금융사고 10건 중 절반이 직원의 배임·횡령·사기 등 내부자 범죄였으며, 사고 금액은 293억 원에 달했다. 일부 사건은 ‘외부인 사기’로 금융감독원에 보고됐지만, 실제로는 직원이 감정평가기관 선정과 대출 실행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점 여신팀장은 특정 감정평가기관이 선정될 때까지 44회에 걸쳐 감정평가 의뢰를 반복해 과다대출을 유도했고, 대출상담사는 부풀려진 평가서를 활용해 275억 원의 대출을 받아냈다. 또 다른 직원은 코인·주식 손실을 갚기 위해 부당대출을 받은 뒤 남은 돈으로 다시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등 기강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문 의원은 “농협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며 “농민과 금융소비자가 맡긴 돈이 내부 부정에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금융사고 제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협 공판장에서도 유전자 검사 없이 단순 이력번호만으로 하자육 변상을 결정하는 제도적 허점으로 축산농가가 지난 5년간 약 4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중도매인은 농가와 무관한 고기에 스티커를 붙여 변상을 요구하는 등 제도 악용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중앙회와 은행 차원의 부실은 농협금융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NH농협생명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중대한 위법 사안’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짙다”며 “이미 현장검사에 착수했고, 형사 절차 및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내부통제 취약점을 전면 개선하라고 지시했으며, 미비한 부분은 금융위원장과 협의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NH농협생명이 지난해 약 20억원 규모의 판촉물(핸드크림) 수의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9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돼 불법 현금 리베이트로 사용된 의혹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산 단가와 계약 단가의 차액, 납품 지연 등을 고려할 때 조직적 리베이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험 계열사인 NH농협손해보험 역시 농작물재해보험의 역진적 구조로 농민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손해율이 300%를 넘는 지역의 농민에게 보험료가 최대 50%까지 할증되고, 보험금 수령 이력이 있는 농가는 재가입이 제한되는 구조는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는 “소규모 품목 중심으로 가입률을 높이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금주 의원은 “벼멸구 피해 지역 농민들이 보험료 할증과 재가입 제한으로 이중 피해를 겪고 있으며, 보상 산정 방식도 불합리하다”며 “농협이 조합원 이익보다 금융지주 중심의 성과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협금융지주 임직원 성과급은 2020년 대비 205%, 농협손보는 168% 증가했지만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액은 7년간 16억 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보험학계 교수는 “보험 보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일부에서 악용 사례까지 발생하는 것은, 보장과 대출을 약속해 놓고 지급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이는 마치 은행원이 기분에 따라 국민이 맡긴 예금 중 일부만 내주고, 나머지는 제 돈처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과 서민에게 가장 가까운 금융기관일수록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금융 신뢰가 회복되고,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