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간병보험 판매 급증…고령화·공적제도 한계 맞물려
올해 들어 보험사들의 간병비·치매 관련 보험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고령화 심화와 치매 환자 급증, 간병비 부담 확대, 공적 제도의 재정 한계, 그리고 보험사들의 상품 경쟁이 맞물리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보험사들의 치매·간병보험 초회보험료 합계액은 약 883억6606만원으로, 전년 동기(519억2560만원) 대비 약 7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821억원 규모가 판매됐으며, 연말까지 1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105만명으로 추정되며,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639만원에 달해 가계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적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수는 2015년 47만명에서 2024년 117만명으로 10년 새 2.5배 늘었다. 이에 따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올해 적자 전환이 예상되며, 2030년 전후로는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재정 압박 속에서 개인이 스스로 대비하려는 ‘자발적 가입’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암보험 외에는 자발적 가입이 드물었지만, 최근엔 간병·치매 상품에 직접 문의하고 가입하는 소비자가 뚜렷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상품 혁신도 판매 증가를 이끌고 있다. 과거 중증치매나 장기요양 중심의 보장에서 벗어나 경도인지장애(MCI) 등 경증치매까지 보장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생활자금·검사비·돌봄 서비스·간병 일당 등을 결합한 복합형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공적 장기요양보험은 1~2등급 중심의 급여로 한계가 뚜렷하다”며 “간병이나 재가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이들이 민간보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간병비 일당을 기존 15만원에서 최대 2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보장을 강화했다. 이는 간병비 부담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주며, 40~50대 중장년층 가입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치매 신약이나 주야간보호센터 이용까지 포함하는 차별화된 상품이 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과 흥국생명 등은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표적치매치료제 ‘레캠비(Leqembi)’ 투여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레캠비는 피하주사형으로 국내 도입은 올해 말 이후로 예상된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2주 1회씩 36회 투여 시 연간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부담을 보장하는 민간보험이 등장한 것이다. 또한 신한라이프를 비롯한 6개 보험사는 주야간보호센터 활동지원 프로그램을 담보하는 상품을 선보였고, 복합재가(주야간보호+단기보호) 담보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도 4곳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공적 돌봄 제도의 재정 한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민간보험이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층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까지 치매·간병 대비를 ‘노후 리스크 관리’로 인식하는 변화도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나 간병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증치매 단계부터 치료와 돌봄을 지원하는 상품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