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보논단 캄보디아로 내몰린 청년 일자리
요즘 지방 소재 사립대 앞을 지나가면 졸업생이나 졸업예정자의 취업을 알리는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다. 9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는 물론이고 이름이 조금이라도 알려진 기업이나 기관에 취직하면 학교의 자랑이자 재학생의 선망 대상이 돼 축하를 받는다. 그만큼 지방대에서는 괜찮은 일자리 취업이 어렵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20대 대학생 피살 사건의 희생자와 그를 캄보디아로 이끈 유인책이 지방 소재 대학의 선후배 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지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선배가 캄보디아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꼬드기면 후배는 고소득 유혹에 넘어가 아무리 주위에서 만류해도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오른다고 한다.
1인당 GDP가 한국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신흥국에 좋은 일자리는 있을 수 없다. 현지 대기업 월급도 대부분 우리돈으로 50만원을 넘지 않는다. 평생을 그곳에서 보낼 수 있으면 모를까, 다시 돌아올 계획이라면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입사하고 현지 수준에 맞춰 보수를 받는 직장을 구할 리 만무하다.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보이스 피싱, 로맨스 사기, 마약 네트워크 등 조직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구금됐던 64명의 한국인이 특별기편으로 송환됐다. 처음에는 이들을 현지 범죄 조직의 희생자로 잘못 알고 빨리 데려오지 않고 늑장을 부리느냐고 정부를 비난했던 여론이, 이들 대부분이 범죄인 줄 알면서도 스스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냥 내버려두지 아까운 세금을 날리면서 데려올 필요가 있냐는 쪽으로 180도 바뀌었다.
송환자 주류는 20대~30대 초반의 청년층이고, 이들 가운데는 지방대 동기나 선후배 관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죄 조직의 한국인 희생자도 대부분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이었다. 도대체 이들은 현지에 좋은 일자리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캄보디아 등 동남아 조직 범죄의 소굴로 들어갔을까.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전년 동월 대비 0.7%포인트(p) 떨어져 지난해 5월 이후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청년층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p 개선됐다지만 4.8%로 전체 실업률(2.1%)의 2배를 훨씬 웃돌았다. 최근 3개월(6~8월)간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389만6000원, 비정규직 208만8000원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격차가 181만원이나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갈수록 벌어져 2025년 상반기 기준 대기업 619만9000원, 중소기업 373만9000원으로 246만원에 달했다.
현행 경제체제와 고용시스템에서 지방대 졸업자가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국내에 거의 없다. 대기업 정규직은 지원서 접수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기껏 구해봤자 중소기업 육체 노동자, 비정규직, 임시직, 배달 등 아르바이트가 고작이다. 이마저 경기불황과 키오스크, 인공지능(AI) 등에 밀려 점점 축소되고 있는 상황으로 말 그대로 갈 곳이 없다. 이런 냉혹한 취업시장에서 썩은 동아줄 같은 캄보디아행 비행기 티켓은 마지막 남은 탈출구였다.
이번에 강제 송환된 청년들이 사회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 그때쯤이면 그들이 바라는 일자리가 새로 생길까. 아마 십중팔구 다시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선택지가 없으니까. 근본적 해법은 일자리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서울이나 대도시에 몰려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지방 소도시 영세기업 비정규직으로 일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취업시장과 근로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청년들을 해외 취업의 고수익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하는 해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