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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말을 잃었을 때에도 내 뜻을 대신 전해줄 사람

 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말을 잃었을 때에도 내 뜻을 대신 전해줄 사람

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말을 잃었을 때에도 내 뜻을 대신 전해줄 사람

얼마 전 한 고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치매에 걸리거나 의식이 없을 때, 제 보험금은 어떻게 되나요? 제 딸이 대신 받을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홀로 살아가는 어르신의 현실적인 걱정이 담겨 있는 물음이었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스스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교통사고, 뇌졸중, 중대한 질병, 혹은 치매 등이 그 예다. 문제는 그 순간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해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보험에 가입해도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보험의 가치는 멈춘다. 보험은 가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구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지정대리청구서비스 특약'이다.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보험수익자가 모두 동일한 경우에 적용되며, 계약자는 자신의 의사로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을 사전에 지정할 수 있다. 즉 본인이 의식이 없거나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험회사는 지정된 대리청구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 그 시점부터 정당하게 지급이 완료된 것으로 본다. 보험금을 청구할 사람이 없어 보장이 중단되는 불합리를 막기 위한 장치다.

보험은 금전이 오가는 계약이기에, 지정대리청구인의 자격 요건은 명확하고 엄격하게 제한된다. 보험수익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 또는 보험수익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3촌 이내의 친족만 지정될 수 있다. 또한 지정 이후 보험수익자가 변경되면 기존 지정대리청구인의 자격은 자동으로 상실된다. 이는 혹시 모를 분쟁이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이며, 보험금은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지급되어야 하고 그 과정의 투명성이 곧 보험의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담 현장에서 이 제도를 설명하면 대부분의 고객이 ‘좋은 제도에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지정은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아들에게 한 번 물어보고 정할게요.” 그러나 의식이 없어진 뒤에는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험은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며, 건강할 때, 판단력이 있을 때 준비해야만 의미가 있다. 지정대리청구인 제도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보험이 끝까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마지막 안전장치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독거노인과 무연고자, 가족 간 왕래가 단절된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보험금 청구의 공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정대리청구인 제도는 보험의 보장을 끊김 없이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다. 보험은 단순히 위험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삶의 존엄을 끝까지 지켜주는 사회적 약속이다. 따라서 지정대리청구서비스는 편의기능이 아니라 보험의 본질을 완성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보험은 계약으로 시작되지만, 청구로 완성된다. 아무리 좋은 담보가 있어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보험설계사의 역할은 단순히 가입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보장을 끝까지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지정대리청구인 제도는 그 ‘끝’을 완성하는 제도다. 보험은 단순히 서류 한 장이 아니라,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 내 대신 내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약속이다.

언젠가 누구나 스스로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해 내 뜻을 대신 전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보험이 지향하는 ‘신뢰의 사회’로 가는 길이다. 보험의 본질은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을 준비하는 것이며, 그 준비는 한 장의 서류, 한 번의 지정에서 완성된다.

“내가 말을 잃었을 때, 내 보험이 나 대신 말할 수 있도록.”

그것이 지정대리청구인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은옥

메가 메가하나인슈본부 영업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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