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요양보험금도 신탁 맡겨야”… 고령자 자산관리 개선 시급
사망보험에 한정된 보험금청구권 신탁 대상을 저축성보험과 치매·장기요양보험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15일 연구보고서 ‘고령화 시대 신탁 활성화를 위한 보험의 역할’을 발표했다. 고령자가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때 보험금을 노후 생활비나 요양비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신탁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노인 1인 가구는 219만70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체 노인가구 586만7000명의 37.4%를 차지하는 숫자다.
또한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97만명(유병률 9.25%)으로, 2026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령자의 자산관리와 생활 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탁은 치매 등으로 합리적 판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노후 생활비와 요양비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2024년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일반사망보험에만 적용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주요 자산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고 금융자산이 부족하다”며 “저축성보험과 치매·장기요양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노후 생활비 충당을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들 보험금에 대한 신탁이 허용되지 않아 생존 시 생활비나 요양비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신탁이 보험금을 생애주기에 맞게 관리하면 자산 오용을 방지하고 고령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신탁 대상을 저축성·보장성보험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신탁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보험계약을 신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미국의 경우 신탁재산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보험계약의 유가증권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생명보험신탁을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으로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일본도 2004년 신탁업법 전면 개정을 통해 신탁재산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면서 포괄신탁 중심으로 신탁시장이 급성장했다. 또한 고령자를 보호하거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신탁상품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면서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우리도 고령자 생활 지원 목적에 맞는 요양 연계 신탁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험사는 신탁과 연계한 요양 서비스, 간병인 지원 등 토털 케어형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설계사를 통한 소비자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보험금 신탁이 고령자 자산관리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고령화 사회의 위험을 완화하는 중요한 안전망이 될 것”이라며 “여러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사회·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으로서 다양한 신탁상품 개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