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IAIS 공동 패널토론, 생명보험 구조 변화 논의

IMF·IAIS 공동 패널토론, 생명보험 구조 변화 논의
생명보험업계의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s) 투자 확대와 자산집중형 재보험(Asset-Intensive Reinsurance, AIR) 활용 확산이 글로벌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놓고 주요 국제기구가 논의에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열린 2025년 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 기간 중 공동 패널토론을 개최하고, 생명보험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감독상 시사점을 집중 점검했다.
이번 세션은 ‘생명보험의 구조적 변화와 금융안정에 대한 시사점(Structural Shifts in Life Insurance and Implications for Financial Stability)’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IAIS가 지난 3월 발표한 관련 이슈 페이퍼 초안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논의다.
■ “보험산업의 금융중개 기능이 바뀌고 있다”
시게루 아리즈미 IAIS 집행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생명보험산업의 금융화(Financialization)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투자전략 변화가 아닌 보험산업의 금융중개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통적인 채권과 주식 중심의 자산운용에서 벗어나 사모 신용 및 사모펀드, 부동산, 인프라펀드, 유동화 상품 및 헤지 펀드 등 대체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수익 다변화를 위한 필연적 흐름이지만, 동시에 평가 불확실성과 유동성 부족, 복잡성 증가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IAIS는 이슈 페이퍼에서 “대체자산은 그 자체로 투명성이 낮고, 공정가치 평가가 어려운 만큼, 충격 발생 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국가별 회계기준과 자본규제의 차이로 인해 동일 자산이라도 감독당국 간 위험 인식이 달라 국제 비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IAIS는 “평가 불확실성, 유동성 부족, 복잡성 중 둘 이상을 갖는 자산은 대체자산으로 분류한다”는 원칙 중심의 분류체계를 제시했다.
■ ‘AIR’ 거래 급증…복잡한 구조가 새로운 감독 리스크로
IAIS가 주목한 또 다른 변화는 자산집약적 재보험(AIR: Asset-Intensive Reinsurance)의 확산이다. AIR는 생명보험사가 연금 및 종신보험 등 장기부채를 재보험사에 이전하면서, 해당 계약의 자산운용권까지 넘기는 거래 구조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계약이 복잡하고 재보험사가 주로 해외나 사모펀드 계열일 경우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IAIS는 AIR 구조에서 재보험 해지 시 자산 재인수 부담(재포획 위험), 특정 재보험사에 대한 집중위험, 자산운용사와 재보험사가 같은 그룹일 때 발생하는 이해상충, 국가별 규제 차이로 인한 정보 비대칭 등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이슈 페이퍼는 “AIR는 자본완화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감독기관이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금융중개 구조의 재편…“감독당국 간 협력이 핵심”
토비아스 애드리언 IMF 금융고문은 “보험산업의 대체투자 확대는 금융중개 기능이 은행에서 보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험회사가 장기부채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유동성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면서,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와 시장충격 전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독당국은 보험부문 내 구조적 변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비은행 금융중개와의 연결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IAIS는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감독당국 간 정보공유 강화, 데이터 표준화 및 보고체계 개선, 거시건전성 관리 강화, 복잡한 구조거래에 대한 내부통제·지배구조 보완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특히 대체투자와 AIR 거래에 대한 보고·공시 의무를 세분화하고,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등 비보험부문과의 연계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각국 감독당국 “감시 강화 공감”…현장 토론 이어져
공동 패널토론에는 IMF와 IAIS를 비롯해 유럽, 미국, 버뮤다 등 주요 감독당국 인사들이 참석해 각국의 대응 현황과 시사점을 공유했다.
조나단 딕슨 IAIS 사무총장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의 불균형과 단절”이라며, “감독당국 간에 공유되지 않는 정보가 리스크의 사각지대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투자나 재보험 거래의 투명성이 낮을수록 감독자들은 리스크를 늦게 인식하게 된다”며 “국제적 데이터 표준화와 공시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페트라 힐케마 IAIS 의장(EIOPA 부의장)은 “유럽 내에서는 생명보험의 대체투자 비중이 아직 높지 않지만, 역외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보험사의 자산·부채 정합성(ALM) 관리 능력이 향후 안정성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콧 화이트 미국 NAIC(전미보험감독관협회) 대표이자 버지니아주 보험국장은 “자산집약적 재보험(AIR) 계약은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감독자가 위험 노출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며 “NAIC는 이를 시각화할 수 있는 ‘재보험 리스크 대시보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 기반의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되면 계약 구조와 리스크 집중도를 보다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카르도 가르시아 버뮤다 금융감독청(BMA) 부총재는 “버뮤다는 이미 강력한 자본규제를 운영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최근 재보험사와 자산운용사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운용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보험 계약이 사모펀드 계열을 통해 체결될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과 이해상충 가능성이 커진다”며 “감독당국은 이런 구조적 연계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감독당국 간 공조·투명성 확보가 해법”
이날 패널들은 생명보험사의 대체투자와 재보험 활용이 수익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복잡한 거래 구조와 불충분한 데이터 공유가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패널들은 감독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국제 기준의 데이터 표준화, 비보험금융기관과의 연계 리스크 관리, ALM 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조나단 딕슨 사무총장은 “이번 논의는 각국 감독당국이 생명보험 부문의 금융중개 기능을 재인식하고, 협력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