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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동발 충격에 시험대 오른 보험의 ‘내실’

 기자의 눈  중동발 충격에 시험대 오른 보험의 ‘내실’

기자의 눈 중동발 충격에 시험대 오른 보험의 ‘내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530원 선을 돌파하는 등,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불러온 국내 금융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분초를 다투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에 금융 지표도 시시각각 변하며, 오늘의 뉴스도 금세 낡아진다.

그야말로 복합 불안정성의 시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말은,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이 얼마나 단단하게 구축돼 있는지를 시험하는 듯하다.

옛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배고픈 늑대의 입김이 짚으로 만든 첫째의 집과 나무로 만든 둘째의 집을 차례로 날려버린 것처럼,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 환경도 하나둘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금융은 지금의 충격을 견디기 충분한 집일까, 버티고 있는 집일까.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일 제1차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펀더멘털과 괴리된 과도한 원화 약세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출 호조와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통한 자금 환류가 환율 안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중동 사태가 경기 하방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보면서도, 달러 유동성은 양호한 만큼 환율 급등을 금융불안과 직결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주가는 중동 상황 직후 급격한 조정에도 연초 대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여전히 보이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도 안정적”이라고 했다.

국가 금융경제 수장들은 나란히 ‘아직은 버틸 만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진정시키려는 메시지지만, 위기 국면에서 당국이 먼저 흔들릴 수는 없다 해도 그 말이 안전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숫자가 버틸 수 있는지와 구조가 충분히 튼튼한지는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보험업은 하루 이틀 급등락에 바로 무너지는 산업이 아니다. 장기 자산을 굴리며 규제 자본 아래 건전성을 관리하는 구조상 단기 충격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해 보인다.

하지만 그 특성상 위기가 길어질수록 체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환율이 오래 높게 머물고,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고, 금리와 신용스프레드가 뒤틀리면 자산 평가와 자본 적정성, 해외 익스포져 관리 역량의 차이가 뒤늦게 벌어진다. 보험업권의 리스크는 한 번에 폭발하지 않는다. 천천히, 그러나 깊게 스민다.

보험사들이 적지 않게 담고 있는 해외 대체투자는 이런 국면에서 더 민감하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같은 간담회에서 “중동 상황 장기화로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면 해외사모대출 관련 상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겉으로는 손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평가가 뒤따르는 자산일수록 위기는 더 늦게, 더 큰 문제를 드러낸다. 보험업의 안정성은 결국 이런 자산까지 포함해 어디까지 들여다보고, 얼마나 빨리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금 보험업계가 스스로에게 할 질문은 ‘지금 당장 괜찮은가’가 아니다. 중동발 충격이 석 달 더 지속돼도 괜찮은지, 환율 1500원대가 일상이어도 괜찮은지, 복합 위기상황에서 자본과 유동성은 물론 소비자 신뢰까지 지킬 수 있는지를 되물어야 한다. 감독당국의 진정 메시지 이후에도, 업권 스스로의 점검은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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