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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50’s 라이프플러스] 덕분에…

 김태우의 50’s 라이프플러스  덕분에…

김태우의 50’s 라이프플러스 덕분에…

-바람은 나무‘덕분에’ 흔들리고, 파도는 바다‘덕분에’ 숨을 쉽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귀향의 사정을 싣고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벼는 고개를 숙였고, 바람은 낮게 깔렸습니다. 남쪽 바다로 향하는 길은 가다 멈추기를 반복했고, 도로 위의 차들은 고향을 향해 느리게 밀려갔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남쪽 바다가 가까워질 무렵 바다 냄새가 차 안으로 스며들었고, 저 멀리 보이는 흰 파도는 길게 누워 있었습니다. 남쪽바다…

바다에서 이는 바람은 언제나 소금기와 추억을 함께 데려옵니다. 물결은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는데, 꼭 사람의 삶을 닮아 있습니다. 한 세대가 떠나면 또 한 세대가 그 자리를 메우지만,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묵묵히 출렁이기만 합니다. 문득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일은 결국 누군가의 ‘덕분에’ 이어지는 게 아닐까? 내가 고속도로를 달려 고향을 다녀올 수 있는 것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과 땀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수고가 내 하루를 세워주고, 누군가의 인내가 내 안식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림과 헌신 ‘덕분에’…

고마운 동생이 있습니다. 이제는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지만, 동생이 없었다면 명절의 평온함과 온전한 휴식을 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빠는 몸만 와.” 언제나 좋은 먹거리와 구경거리를 챙겨주는 그 말 한마디에 고향길은 미안하게도 늘 가벼웠습니다. 동생의 수고와 정성 덕분에 부모님은 외롭지 않았고, 가족은 평온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람은 나무 ‘덕분에’ 흔들리고, 파도는 바다 ‘덕분에’ 숨을 쉽니다. 동생 ‘덕분에’ 지금의 평안을 누리고 있습니다.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공자의 말처럼, 덕을 지닌 사람은 결코 홀로 서지 않습니다. 그 곁에는 언제나 마음을 나누는 누군가가 함께합니다. 생각해 보면 ‘덕분에’라는 말도 같은 뿌리에서 피어난 언어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덕이 나를 있게 하고, 그 고마움이 세상을 이어갑니다.

지금보다 조금 젊을 때, 저는 “내가 잘해서”라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을 때, 모든 것이 내 노력의 결과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알게 됩니다. 세상에 혼자 이룬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믿음이 내 삶의 바탕이 되어주었다는 것도요. 내 삶의 이력은 함께 버텨준 동료와 조용히 힘을 보태 준 후배들 덕분입니다.

어느 여름날, 직장 후배에게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선배님, 그때 해 주신 따뜻한 말씀 덕분에 지금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기억조차 나지 않던 말 한마디가 그 후배의 삶을 지탱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제가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덕분에’라는 말은 듣는 사람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부드럽게 만듭니다. 정말 ‘덕분에’는 참 고운 말입니다.

인생은 누군가의 숨결과 손길이 이어져 만든 ‘덕분에’의 이야기입니다. 부모님 ‘덕분에’ 세상에 나왔고, 선생님 ‘덕분에’ 글을 배웠으며, 친구 ‘덕분에’ 웃었고, 선배 ‘덕분에’ 배웠으며, 가족 ‘덕분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누군가의 ‘덕분에’ 살아왔고, 누군가의 ‘덕분에’ 내일의 삶을 써 내려갑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벼가 고개를 숙이며 ‘덕분에’ 고맙다고 인사하는 듯했습니다. 어둠이 도로 위를 덮었습니다. 차량 헤드라이트가 길게 늘어서 서로의 삶을 비춰주는 등불처럼 빛났습니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빛이 되어갑니다. 한 사람의 인내가 가족을 지탱하고, 한 사람의 친절이 낯선 이의 하루를 구하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며, 별이 돌듯이 세상도 그렇게 ‘덕분에’의 이치로 돌아갑니다.

“당신 덕분에, 고향 잘 다녀왔습니다”

김태우 센터장

한화생명 상속연구소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한국보험신문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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