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새로운 리스크, 새로운 규제 ⑤ 국제질서·금융불안·AI 위협, 다시 커지는 보험·금융의 역할

연중기획-새로운 리스크, 새로운 규제 ⑤ 국제질서·금융불안·AI 위협, 다시 커지는 보험·금융의 역할

연중기획-새로운 리스크, 새로운 규제 ⑤ 국제질서·금융불안·AI 위협, 다시 커지는 보험·금융의 역할

연중기획-새로운 리스크, 새로운 규제 ⑤ 국제질서·금융불안·AI 위협, 다시 커지는 보험·금융의 역할
국제질서 변화와 금융환경 불안, 인공지능(AI)·사이버 위협이 소비자와 산업 전반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국제분쟁과 관세, 공급망 재편, AI, 해킹, 금융사기 등은 거시경제와 외교안보 영역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미 가계 생활비와 취업시장, 금융거래, 개인정보, 금융소비자 권리와 연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디지털 위협이 확대될수록 보험과 금융의 역할도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위험관리와 소비자 보호, 신뢰 유지 기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세계의 불확실성, 생활 리스크로 번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6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올해 글로벌 리스크 전망의 핵심 키워드로 '불확실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전문가 중 절반은 향후 2년 세계 전망을 혼란스럽거나 폭풍우가 치는 상태로 평가했으며, 다자주의 약화와 보호주의 확산 속에서 지경학(地經學, Geoeconomics)적 대립은 2026년 중 물질적 글로벌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리스크로 꼽혔다.
기술 영역에서도 위험 신호는 커지고 있다. WEF는 허위정보와 사이버 불안을 단기 핵심 위험으로 제시했고, AI의 부정적 결과는 장기 리스크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AI는 교육, 의료, 농업, 인프라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노동시장 변화와 정보 신뢰 훼손, 자율무기, 금융사기 등 새로운 위험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경제와 소비자 생활에도 직접 연결된다. 국제질서가 흔들리면 공급망과 무역이 영향을 받고, 공급망 불안은 기업의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환경 불안은 청년층의 대출과 주거, 투자, 보험계약 유지 부담을 키우며, AI와 해킹은 개인정보 유출과 금융사기, 디지털 금융 불신으로 연결된다.
리스크가 더 이상 먼 나라의 외교 뉴스가 아니라 통장과 휴대폰, 금융계약, 일자리 문제로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 흔들리는 공급망에 커지는 경제안보 위험
국제 질서 변화와 경제안보 리스크는 공급망과 자원, 무역을 통해 기업 생산과 수출, 고용, 물가, 보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 지연만으로도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을 수 있고, 희토류 공급이 막히면 자동차와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센터 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는 특정 국가와 항로, 원자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커진다. 전쟁과 수출통제, 항만 마비, 관세, 감염병, 사이버 공격 등이 공급망의 한 지점을 막으면 전체 생산망이 흔들릴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26년 세계 상품무역 증가율이 2025년 4.6%에서 2026년 1.9%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갈등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국내 산업의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석유화학, 조선 등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연결돼 있어 공급망 충격에 민감한 구조다. 공급망 불안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협력업체 매출과 고용, 지역경제, 기업대출, 보험사의 기업보험 손해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원 리스크도 첨단산업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구리와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등 핵심광물은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방산, AI 데이터센터의 기반 자원이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자석용 희토류 채굴 생산의 60%, 정제 생산의 91%, 소결 영구자석 생산의 94%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부족은 전기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방산, 풍력, 자동차 부품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핵심광물 공급망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경제안보와 소비자 물가까지 연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보험·금융권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될수록 수출기업은 대금 미회수, 계약 취소, 운송 지연,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는 만큼 무역보험과 수출신용보증, 환헤지 지원, 정치리스크 보장 등 위험이전 수단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리스크는 물류 지연과 원자재 가격 급등, 기업 신용위험, 환율 변동, 사업중단, 사이버 공격이 맞물린 복합 리스크"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보험사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위험이전 수단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금융불안 가중에 생활경제 압박 커져
생활경제와 금융안정 리스크는 금리와 물가, 대출, 주거, 투자, 보험계약, 금융사기를 통해 소비자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모바일 대출과 간편결제, 해외주식, 가상자산, 소액후불결제 등 디지털 금융 이용이 확대되면서 금융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가계대출 증가, 비은행권 연체율 상승,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 연체율 상승을 잠재 불안 요인으로 지적했다.
이 같은 금융불안은 청년층의 학자금대출부터 일반 소비자의 신용 및 전세대출 부담, 생활비 증가, 주거 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이해력 부족도 생활경제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의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국내 성인 금융이해력 점수는 65.7점으로 2022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정리한 '2025년 디지털 금융이해력 조사'에서도 국내 성인의 디지털 금융 이해력 점수는 59.3점으로 OECD 목표 기준인 70점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이용자는 서비스 사용에는 익숙하지만 금융계약의 위험까지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출금리와 상환방식, 신용점수, 약관, 수수료, 보험 해지 손실을 이해하는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산업에서는 소비자보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보험은 가입 시점보다 유지와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 신뢰가 검증되는 상품이다. 소비자가 보험을 어렵고 불투명한 상품으로 인식하면 장기적으로 보험산업의 미래 고객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의 '2025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도 은행, 보험, 증권, 여신전문금융, 저축은행 등 평가 대상 29개사 중 양호 등급은 라이나생명과 현대카드 등 2개사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권한, 소비자보호 인력, 핵심성과지표(KPI) 등 소비자보호 거버넌스를 집중 점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교육은 단순히 금융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실제 금융 의사결정에서 손실을 줄이고 소비자가 스스로 위험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 AI와 해킹, 금융 신뢰를 시험하다
기술·정보신뢰 리스크는 AI, 개인정보, 해킹 등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보험산업 신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AI는 금융상담, 보험심사, 보험금 지급, 사기탐지 등을 고도화할 수 있지만 딥페이크 사기, 자동화 해킹, 개인정보 재식별 등 새로운 위험도 함께 키우고 있다.
보험·금융산업에서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투명성, 설명 가능성, 책임성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품을 추천하거나 차별적 결과를 만들 경우 기술 혁신은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보험 분야의 AI 관리 기준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도 핵심 리스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447건으로 전년보다 45.6% 증가했고, 이 가운데 해킹이 276건으로 62%를 차지했다. 유출된 정보는 보이스피싱, 스미싱, 계정탈취, 대출사기, 보험사기 등에 재활용될 수 있어 개인정보 보호는 금융안전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해킹은 금융서비스 중단과 금융안정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침해사고 신고는 103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서버해킹이 5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디도스(DDoS) 공격은 23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5% 늘었다. 랜섬웨어 피해기업 중 백업까지 감염된 비율도 44.4%로 나타나 복구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해킹 사고는 단순 전산장애가 아니라 고객정보 유출, 금융사기, 서비스 중단, 기업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보험사는 보안체계와 사고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복원력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