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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탈모 건강보험 적용, 국가가 나설 문제인가

이연재 기자
이연재 기자

탈모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문제가 다시 공론장에 올랐다. 정부는 오는 7월 ‘탈모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주제로 국민참여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 탈모는 일부에게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니라 취업, 대인관계,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국가가 건강보험 재정으로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결론은 별개의 문제다.

건강보험은 전 국민이 보험료로 함께 운영하는 공적 제도다. 따라서 급여 확대는 치료 필요성과 재정 부담, 형평성, 다른 질환과의 우선순위를 함께 따져야 한다. 특히 건강보험은 선택적 의료 수요를 모두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필수 의료 위험을 우선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도 탈모를 일률적으로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탈모증을 정상적으로 모발이 있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로 설명하고, 원형탈모증과 안드로젠성 탈모증, 기타 모발 손실 등으로 질병코드를 구분하고 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탈모 환자는 2022년 24만8000명으로 집계됐고, 2024년 기준 외래 1인당 진료비는 16만2000원 수준이다.

다만 병적 원형탈모증은 급여 대상이 될 수 있는 반면, 노화현상에 따른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이는 국가가 탈모를 외면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적 보험이 개입할 영역과 개인 부담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는 의미다.

쟁점은 일반적 탈모치료제까지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하느냐다. 남성형 탈모는 유전적 요인과 남성호르몬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자가 넓고 치료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건강보험 적용 시 재정 부담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집단에 혜택이 집중될 경우 보험료를 내는 전체 가입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2025년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규모는 줄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6년 당기수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의료개혁 재정투자를 반영할 경우 건강보험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이 2029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추계했다.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규 급여 항목 확대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의 개편 방향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급여 보험금 증가가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하고 의료체계 왜곡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해, 5세대 실손보험을 재편했다.

5세대 실손보험은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중증 비급여에 대해서는 보장을 유지·강화하는 반면, 비중증 비급여는 과잉 이용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는 민간보험에서도 선택적·반복적 의료 이용에 대한 보장은 축소하고, 실제 의료비 부담이 큰 영역에 보장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민간보험조차 방향을 바꾸고 있다면, 전 국민 보험료로 운영되는 공적 건강보험은 더욱 엄격한 급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탈모치료제 급여화 논의의 핵심은 탈모를 가볍게 볼 것인가가 아니다. 제한된 건강보험 재원을 어디에 먼저 써야 하는가다. 국민건강보험은 정치적 관심을 얻기 쉬운 생활형 공약의 재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 안전망이다. 보장성을 넓히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순서와 기준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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