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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흡의 종횡무진 세계사] 나라의 빚과 재정에 대한 황금률을 찾아서 ③ — 우리는 무엇을 바람직한 국가의 투자라 부를 것인가

송영흡 케이알파트너스 대표이사
송영흡 케이알파트너스 대표이사

앞선 두 회에서는 나라의 빚을 두 종류로 나누어 살펴봤다. 하나는 미래 세대도 이용할 자산을 만드는 빚이고, 다른 하나는 당장의 지출을 메우는 빚이다. 영국은 이를 구별하기 위해 ‘재정의 황금률’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투자와 일상적인 지출의 경계, 부채의 범위, 경기순환의 기간을 마음대로 정하면 아무리 좋은 원칙도 흔들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숫자로 기준을 정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유럽은 그 답으로 재정적자 3%와 국가채무 60%를 선택했다.

1981년 5월 프랑수아 미테랑이 프랑스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새 정부의 장관들은 더 많은 예산을 요구했다. 미테랑은 이를 막아낼 간단하고 분명한 기준을 원했다. 재무부는 이듬해 재정적자를 1000억 프랑 이내로 묶으려면 국내총생산의 몇 퍼센트로 정해야 하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가 3%였다.

그러나 이 숫자는 오랜 경제이론이나 정교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계산에 참여한 관리는 훗날 3%가 “아무런 이론적 성찰 없이 책상 모서리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숫자는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통해 유럽의 공동 기준이 됐다. 조약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국가채무를 60% 이내로 관리하도록 했다. 재정의 황금률이 ‘빚을 어디에 썼는가’를 물었다면, 3% 기준은 ‘적자가 얼마나 큰가’를 물었다. 전력망처럼 오랫동안 사용할 시설에 쓴 돈도, 당장 소비한 돈도 이 숫자 안에서는 같은 적자로 계산됐다.

국가채무 60%도 당시 유럽 국가들의 평균에 가까운 숫자였다. 이후에는 채무비율이 60%인 나라가 해마다 3%의 적자를 내더라도 경제 규모가 매년 5% 커지면 채무비율은 높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 붙었다.

그러나 유럽의 명목 경제성장률은 오랫동안 5%에 미치지 못했다. 경제가 예상만큼 커지지 않자 같은 3%의 적자도 더 무거운 부담이 됐다. 아무도 자를 바꾸지 않았는데 눈금이 저절로 좁아진 셈이다.

이제 유럽의 경험을 한국에 비춰볼 차례다. 독일이 국방비를 차입한도에서 제외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했고, 영국도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할 때는 이를 공식 문서에 밝혀야 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 법으로 정해진 재정준칙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에 따르면, 독립적인 재정기구를 둔 52개 나라 가운데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네 곳뿐이며 한국도 그중 하나다.

그렇다고 한국에 재정을 판단할 기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해의 경상수입에서 경상비용을 뺀 ‘순운영수지’가 작성되고 있다. 이는 영국의 재정 황금률이 살펴보려 했던 수치와 거의 같다. 한국의 순운영수지는 2022년과 2023년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한 해 적자가 났다고 곧바로 재정운용에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적자가 왜 생겼는가이다. 같은 기간 정부의 투자지출은 완만하게 늘었지만 조세수입은 두 해 사이 60조원 넘게 줄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크게 늘려서가 아니라, 현재의 나라 살림을 떠받치던 세금 수입이 줄어 생긴 적자에 가깝다.

적자의 원인을 잘못 판단하면 처방도 잘못될 수 있다. 적자의 전체 규모만 보면 지출부터 줄이기 쉽다. 그러나 세금 수입 감소가 원인인데도 투자부터 줄이면 재정수치는 잠시 좋아져도 국가의 장기적인 생산능력은 약해진다. 특히 고령화로 복지비와 의료비가 늘어나는 나라에서는 당장 줄이기 쉬운 투자가 먼저 희생되기 쉽다.

따라서 재정준칙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장치가 아니라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에 부담을 나누는 장치여야 한다.

빚의 범위를 어디까지 계산할지도 중요하다. 공기업이 정부 대신 돈을 빌려 철도를 건설하면 그 빚은 좁은 의미의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빚도 결국 요금 인상이나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이어져 국민의 부담이 된다. 2024년 한국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의 46%였지만 공공부문 전체로 넓히면 68%에 이른다.

어떤 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을지도 문제다. 사회보장성 기금의 흑자를 계산에 포함하면 재정상태가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돈은 언젠가 국민에게 연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현재의 재정수치를 좋게 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정부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윳돈은 아니다.

한국이 2020년부터 논의해 온 숫자도 국가채무 60%와 재정적자 3%였다. 프랑스의 간단한 계산에서 나온 3%와 당시 유럽 국가들의 평균에 가까웠던 60%가 한국의 기준으로도 제시된 셈이다. 숫자를 가져오는 일은 쉽지만 그 숫자가 무엇을 재는지 정하는 일은 어렵다.

한국이 재정준칙을 세운다면 다섯 가지를 함께 정해야 한다. 어떤 지출을 투자로 인정할지, 빚의 용도와 전체 규모를 어떻게 평가할지, 공공부문의 부담을 어디까지 포함할지, 전쟁과 재난 때 어떤 예외를 허용할지, 예외의 시작과 종료를 누가 판단할지 미리 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정부가 쉽게 바꿀 수 있는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에 담겨야 한다.

실패한 규칙과 아예 없는 규칙은 같지 않다. 규칙이 있었다면 왜 지키지 못했는지 기록하고 고칠 수 있다. 그러나 규칙 자체가 없다면 무엇을 지키지 못했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세금이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담을 나누는 제도라면, 국채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부담을 나누는 제도다. 재정준칙은 그 조건을 미리 적어놓은 계약서다. 계약서 없는 거래에서 손해를 보는 쪽은 언제나 그 자리에 없는 당사자다. 우리는 유럽의 실패를 알고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역사를 읽는 쪽이 얻는 작은 이점이다.

송영흡

케이알파트너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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