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업계에서 양자컴퓨팅 기술 도입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주희·이강일 의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양자기술이 금융 전반에 미칠 영향과 대응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국내 금융권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로드맵과 투자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한영선 국립부경대 교수는 세계경제포럼(WEF) 전망을 인용, 2035년 양자금융 시장 잠재 가치가 6220억 달러(약 8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파생상품 가격 산정, 리스크 관리, 실시간 사기 탐지 등 금융 전 분야에서 양자컴퓨팅 활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터키 야피크레디은행은 양자기술을 통해 60만개 중소기업 리스크 분석 시간을 연 단위에서 초 단위로 단축했으며,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관련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소개됐다.
반면 국내 금융권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김동호 메가존클라우드 CQO는 "국내 최대 금융기업조차 세계 50위권에 들지 못하는데, 상위권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양자금융 알고리즘을 가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운 SK텔레콤 팀장은 양자컴퓨터의 초고속 연산이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 같은 새로운 보안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존 체계와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필요하지만, 데이터 보호 기간을 고려하면 이미 늦은 감이 있다며 신속한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 같은 흐름에 대비하지 않으면 5년 뒤 구조적인 경쟁 열위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희 의원은 "양자 기반 금융 보안체계를 선도하려면 올해 예산부터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점진적 접근을 비판했다. 김재완 미래양자융합포럼 대표의장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이미 양자내성암호 전환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며 금융업의 신뢰와 안정성을 고려할 때 양자기술이 경쟁력과 보안을 동시에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업계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험사들은 리스크 분석 및 포트폴리오 최적화, 사기 탐지 등에서 양자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어 기술 도입 속도가 향후 시장 지형을 바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양자금융 로드맵 수립과 규제 샌드박스 도입,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 수익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심을 미루면 글로벌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