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포용금융을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닌 금융시스템 전반의 구조개혁 과제로 다루기 위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는 구조를 줄이고, 정책서민금융과 신용평가, 채무조정, 금융회사 인센티브 등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취지다.
■ 금융위, 현장 대토론회 열고 신용평가·서민금융·채무조정 개선 논의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를 열고 금융의 공적 역할과 서민금융정책의 방향, 금융산업의 포용적 재설계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포용금융을 단순한 정책상품 확대가 아니라 신용평가, 대출구조, 자금공급, 채무조정, 서민금융기관 역할 등을 아울러 금융시스템 전반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구조개혁 과제로 조명했다.
이 위원장은 “포용금융은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구조개혁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새도약기금, 신용사면, 정책서민금융 금리 인하 등 긴급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왜 국민이 제도권 금융의 문턱 앞에서 돌아서게 되는지, 왜 한 번의 연체가 장기연체로 이어지는지 구조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 빌려주는 금융이 아니라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고, 일시적으로 어려워진 사람에게는 재기의 경로를 열어주는 금융”이라며 “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을 더 큰 부실로 내몰기 전에 채무조정과 복지·고용지원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대형 금융기관의 역할 확대·신용평가 개선 주문
임수강 전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은 금융기관의 공적 역할 약화가 금융배제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포용금융의 1차 주체인 대형 금융기관의 역할 확대와 함께 서민금융기관 기능 강화, 서민금융진흥원과의 협력 확대, 서민금융안정기금 등 안정적 재원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한국 금융이 부동산 담보와 고신용자 중심의 리스크 회피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포용금융은 단순한 복지 시혜가 아니라 시장이 유능한 주체를 배제하는 구조적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정책”이라며 “금융기본권 논의와 신용인프라 혁신, 데이터 기반 평가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현장 관점에서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양적 확대, 금리부담 완화, 대안신용평가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저신용 고객의 연체율이 높다는 현실적 부담이 있지만 금융그룹이 포용금융을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 부사장은 생활 소비, 보험료 납부, 상환 의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회복 가능성이 있는 차주를 더 정교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신용점수와 과거 연체 이력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상환 가능성과 성실성을 볼 수 있는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신용평가 정교화를 위한 데이터 활용 확대에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대안신용평가를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데이터 규제 완화 과정에서 정보 유출 위험과 금융회사 책임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점수와 과거 연체 이력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상환 가능성을 평가하려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안 비용 확충과 유출 피해에 대한 책임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 “포용금융은 제도권·정책서민·대안금융의 3층 구조”
이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포용금융을 제도권 금융, 정책서민금융, 대안적 금융으로 이어지는 3층 구조로 설명했다. 그는 “1층은 제도권 금융이 가능한 한 많이 소화해야 한다”며 “은행이 초우량 차주 위주로 체리피킹하고, 거기서 밀린 이들이 제2금융권에서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구조를 어떻게 연결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층은 정책서민금융이 맡아야 한다”며 “정책서민금융은 세심한 상담과 사후관리를 통해 재기와 연결하고, 다시 제도권 금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금융으로 담기 어려운 영역에 대해서는 기부금 등 다양한 펀딩과 유연한 상환 방식을 결합한 ‘대안적 금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당장 갚으라는 방식이 아니라 소액을 오랜 기간 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상담과 복지 연계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내 총괄·정책서민·금융산업·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별 과제를 발굴하고, 금융시장에서 작동 가능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