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법원은 2025년 3월 13일 선고한 2023다250746 판결을 통해 암보험 약관 해석과 설명의무의 범위에 관한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은 특히 갑상선암과 그 전이암에 대한 보험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실무상 혼선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보험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핵심은 이렇다. 보험계약자는 갑상선암(C73)과 함께 림프절 전이암(C77.9) 진단을 받았다. 통상 암보험 약관에서는 일반암의 경우 보험가입금액의 100%를 지급하도록 하고, 갑상선암은 이른바 ‘소액암’으로 분류해 20% 수준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약관에 “이차성 악성신생물은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림프절에 발생한 전이암 역시 갑상선에서 전이된 것으로 보아, 일반암이 아닌 갑상선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해 20%만 지급했다.
보험계약자는 전이암은 별도의 암으로 보아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해당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에 대해 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으므로, 보험사는 이를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원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조항은 단순히 의학적 분류기준을 명확히 한 것에 불과하고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내용이므로 별도의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보험자가 부담하는 설명의무는 계약 체결 여부나 대가 결정, 보장 범위 및 보험금 지급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에 대해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단순한 의학적 정의가 아니라, 전이암이 일반암으로 보장되는지 여부를 결정해 지급액에 중대한 차이를 발생시키는 핵심 조항이라고 봤다. 결국 이는 보험계약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므로, 보험자는 계약 체결 시 이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대법원은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판단했다. 약관 별표에는 C77~C80(이차성 악성신생물)이 독립된 암으로 기재돼 있어, 별도의 설명이 없다면 전이암이 일반암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개선방안에 따라 도입된 조항이라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고 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대법원은 실무상 중요한 해석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설령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해 해당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갑상선암 보험금과 일반암 보험금을 모두 중복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약관의 전체 체계와 소액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일반암 기준 보험금과 이미 지급된 갑상선암 보험금의 차액만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보호와 보험제도의 구조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 판단으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은 암보험 분쟁에서 설명의무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소액암과 전이암이 결합된 사례에서 보험금 산정 방식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하급심의 엇갈린 판단을 정리했다.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는 계약 체결 당시 해당 조항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자에게는 약관의 실질적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설명해야 할 책임이 강화됐고, 보험계약자 역시 보장 범위와 제한 조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암보험이 국민 다수가 가입한 대표적 보장성 보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보험계약 전반의 신뢰 구조를 재점검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