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인 보험 가입률 56%… 인수 거절·차별 인식 여전
국내 발달장애인의 민영보험 가입률이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고, 가입 과정에서 인수 거절이나 차별을 경험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 관련 제도 개선 사항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낮아 실질적인 보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업계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이 8일 발표한 ‘국내 발달장애인의 보험접근성 개선을 위한 과제’ KIRI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349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발달장애인 자녀의 민영보험 가입률은 약 56%에 그쳤다. 이는 응답자인 부모의 보험 가입률인 72.5%나 국내 전체 인구의 보험 가입 수준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수치다.
가입 과정에서의 심리적·실질적 장벽도 높았다. 조사 대상 가구의 29%는 보험 가입 거절에 대한 우려로 가입 자체를 포기한 경험이 있었으며, 약 39%는 실제 인수 거절이나 보험금 지급 거부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정적 경험을 한 가구 중 49%는 장애 자체를 이유로 가입이 거부된 경우였으며, 병력 고지 과정에서 28%, 해피콜 과정에서 6%가 가입 거절됐다. 장애를 이유로 보험금이 미지급 또는 축소된 경험은 18%로 나타났다.
정부와 보험업계가 그간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8년 장애 고지의무가 폐지됐으나 조사 대상의 77%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또한 기존 보험을 장애인 전용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 특약이나 보험청구대리인제도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대다수였다.
하지만 보험 가입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 발달장애인 가구의 91%가 보장성 보험(실손 및 질병, 배상책임)에, 32%가 저축성 보험에 가입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자녀를 위한 보험에 가입 중인 가구도 94% 이상이 추가 가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자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가구에 비해 배상책임, 저축성 상품(신탁 포함)에 대한 니즈가 높았다.
특히 본인 의사 확인 절차로 가입이 까다로운 사망보장 상품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4%는 확인 절차 보완 등을 통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가입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포트를 작성한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발달장애인의 보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보험사가 이들을 ‘면책 대상’이 아닌 하나의 ‘고객 유형’으로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병자보험의 사례를 참고해 발달장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질병에 대해서는 보장을 확대하고, 의료적 근거를 바탕으로 위험률을 세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의 실손보험 가입 거절 사유로 자주 언급되는 경기약 복용이나 도전행동 등이 암, 뇌혈관, 심장질환 등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의료적 근거는 현재까지 명확히 보고된 바 없다. 이에 따라 개별 심사를 통한 보험료 할증이나 대기기간 설정 등 단계적 보장 방안의 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장애 진단 시기, 성인기 전환기, 부모 사후 등 발달장애인의 주요 생애주기에 맞춘 상품 안내와 서비스 강화도 요구된다. 쉬운말 상품 설명서 제공이나 전담 상담 창구 신설 등 장애 친화적인 프로세스 마련이 핵심이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사와 보험개발원 내 장애 관련 통계가 부족한 상황이므로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데이터를 민영 보험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시장 원리로 해결하기 어려운 배상책임 위험 등은 공공보험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