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썩고 바스러지며 그려낸 공생의 잔상

전시 썩고 바스러지며 그려낸 공생의 잔상
제작 당시의 의미와 형태가 변하지 않고 후세대로 전달되는 작품은 영원성의 가치를 인정받아 미술관에 보존되며 ‘불후(不朽)의 명작’으로 불린다. 그러나 썩지 않는다는 ‘불후’의 가치는 언제까지나 유효한가.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같은 질문을 담은 국제 기획전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삭는 과정을 거쳐 소멸하는 작품들이 모였다. 국내외 작가 15인(팀)이 선보이는 회화, 조각, 설치 등 50여 점의 작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썩고, 발효되고, 바스러지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막에서 1막(‘되어가는 시간’), 막간, 2막(‘함께 만드는 풍경’)으로 이어지는 전시 구성은 관객을 예술과 생태계의 공생을 사유하도록 이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파키스탄계 미국 현대미술가 아사드 라자(Asad Raza)의 ‘흡수(2026)’는 서울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뒤섞어 만든 흙으로 구성된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전시 기간에는 경작자가 교대로 흙을 고르고, 원하는 관람객에게 일부를 나눠주기도 한다. 공동체의 경험이 담긴 흙을 재생하고 분배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분해가 나눔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조명한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1층 6·7전시실과 전시마당에서 5월 3일까지 열린다. 월·화·목·금·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1인 2000원이며 대학생 및 만 24세 이하 또는 만 65세 이상은 무료다. 수·토요일 야간개장(오후 6시~9시) 시간에도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장애 관람객을 위해 돌봄 제공자 무료입장, 맞춤형 가이드 투어, 보조기기 대여 등을 지원한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해 각 전시실 입구에 작품 재료들을 만져 볼 수 있는 촉지도를 비치했으며, 모든 작품 캡션에는 작가, 작품명, 매체 등 정보가 포함된 점자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미술관 전시안내 앱(App)에 접속하면 배우 봉태규의 재능 기부로 마련된 오디오 가이드도 이용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참여 작가의 대담 및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남은 기간에는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고사리의 워크숍이 6회 예정돼 있으며, 4월 22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현대미술과 자연사 겹쳐 보기’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그램 일정을 확인하고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전시명 :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참여작가 : 고사리 등 15인(팀)
기간 : 2026. 01. 30 ~ 2026. 05. 03
장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1층 6·7전시실, 전시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