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전시가 서울에서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6년 1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국제 기획전을 운영 중이다. 이번 전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리적으로 변화하고 분해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예술의 고정된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구 보존을 전제로 한 전통적 미술관의 역할을 재고하게 만드는 시도로 평가된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지하 1층 6·7전시실과 전시마당에 펼쳐진 이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회화, 조각, 설치 작품 등 50여 점이 소개된다. 작품들은 발효, 부식, 분해를 반복하며 관객이 관람하는 과정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유동성은 예술이 자연의 순환 속에 포함된 하나의 생태적 존재임을 암시하며, 인간 중심의 창작 개념을 넘어서는 사유를 요구한다.
파키스탄계 미국 작가 아사드 라자의 ‘흡수(2026)’는 서울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기반으로 한 흙 덩어리로 구성된 참여형 설치작품이다. 전시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교체되는 경작자가 흙을 다듬고, 관람객에게 일부를 분배함으로써 작품의 해체 과정을 사회적 나눔의 행위로 전환한다. 이 같은 구조는 예술작품의 생애 주기와 공동체 실천이 어떻게 교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매주 월·화·목·금·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일반 관람료는 2000원이며, 만 24세 이하 또는 만 65세 이상, 대학생은 무료다. 수·토요일 야간개장 시간대는 모든 연령대에 무료로 개방된다.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점자 안내, 촉지도, 보조기기 대여, 돌봄 제공자 동반 입장 등 포용적 관람 환경도 구축돼 있다. 봉태규 배우가 목소리를 제공한 오디오 가이드는 미술관 앱을 통해 청취할 수 있다.
4월 22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심포지엄 ‘현대미술과 자연사 겹쳐 보기’를 포함해, 남은 전시 기간 동안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고사리 작가의 워크숍도 별도로 진행된다. 모든 연계 프로그램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 가능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