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개인연금 세제가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저소득층을 위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이소양 연구원은 22일 발표한 '노후소득 강화를 위한 연금세제 과제와 개혁 방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행 적격연금 세액공제 제도는 고소득층에게는 절세 기회를 제공하지만, 납부할 세금이 없는 면세자들은 혜택에서 배제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소외계층은 전체 근로소득자의 34%인 700만명에 달한다. 이는 연금 저축 가입률이 2013년 14.8%에서 2022년 9.9%로 감소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2014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복잡한 세율 체계와 낮은 이해도로 인해 저소득층의 가입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비적격연금(연금보험) 역시 비과세 요건 강화로 혜택이 축소되며 노후 준비 동기를 저해하고 있다.
반면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취약계층을 위해 보조금과 유연한 공제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2027년부터 저소득 가입자의 납입금에 대해 최대 50%를 환급하는 '세이버 매칭'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며, 독일은 정부가 직접 기본 보조금과 자녀 보조금을 계좌에 입금하는 '리스터연금'을 통해 저소득층 및 다자녀 가구의 가입을 활성화하고 있다.
연구진은 국내 연금세제도 납입 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소외계층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득이 적어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는 납입액에 비례해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매칭 보조금(한국형 리스터연금)' 도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중도 인출이나 해지로 자산이 부족해진 가입자를 위해 3~5년 단위의 '세액공제 이월제'를 도입하고, 세액공제액이 노후 자산으로 환류되도록 자동 재예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퇴직 직전인 50대에게는 공제 한도를 추가로 확대하거나 추가 납입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비적격연금의 경우 중산층이나 취약계층에 한해 비과세 유지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등 차등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일시금 수령 시 세 부담을 강화하는 대신 연금 형태 수령 시 세제를 감면하는 탄력적 과세 체계를 통해 실질적인 연금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연금세제 개편을 통해 고소득층에 편중된 조세 지출을 재분배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개인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미래의 복지 재정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