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보험
보험을 이해하는 뉴스와 정보
한국보험신문

[데스크 칼럼] 과거의 성공은 어떻게 미래를 오판하는가

 데스크 칼럼  과거의 성공은 어떻게 미래를 오판하는가

데스크 칼럼 과거의 성공은 어떻게 미래를 오판하는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는 묘한 경계 위에 서 있다. 아날로그만으로 살아온 세대와도, 디지털을 태생적으로 익숙하게 여기는 세대와도 다르다. 두 시대의 언어를 모두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는 못한다. 경험을 통한 익숙함은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변화 앞에서 가장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흔히 경험은 지혜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험이 곧 지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날로그의 경험이 디지털의 지식을 대신해주지 못하고, 디지털의 숙련이 아날로그의 맥락을 이해하게 해주지도 않는다. 결국 두 시대의 지식은 각각 다시 배워야 한다.

문제는 배움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의 자세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나는 여전히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인지도 모른다.

20세기 아날로그의 시대를 통과한 소년·소녀는 이제 21세기 디지털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과 장년이 됐다. 그 세대가 상식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새로운 상식으로 교체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상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정답이었던 판단이 오늘은 위험한 오판이 되기도 한다. 경험이 때로는 판단을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판단을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러한 전환의 순간은 낯설지 않다. 계몽사상과 산업혁명의 결실로 찬란한 이성의 시대를 열 것 같았던 19세기는 결국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기술과 사상이 인류의 황금기를 다시 열 것처럼 보였던 21세기는 팬데믹과 세계질서의 혼란, 그리고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동시에 불러왔다. 진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가 의지하던 전제는 더 빨리 낡아간다.

그래서일까. 옳다고 ‘믿는’ 것보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끊임없이 돌아보는 태도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확신보다 성찰이, 주장보다 경청이 필요한 시간이다. 세계 곳곳에서 보수주의가 힘을 얻는 현상도 어쩌면 급격한 변화 앞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이 변화의 파도는 금융산업에도 예외 없이 밀려와 있다. 한때 금융은 예측과 계산, 통계와 모델링의 산업이었다. 과거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면 미래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그 모델이 전제했던 환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기후위기,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 전환, 지정학적 리스크, 플랫폼의 확장, 인공지능의 등장까지. 어느 것 하나 과거의 이론만으로 설명되거나 대비될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성공 경험을 기준으로 익숙한 이론과 틀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바꾸는 용기일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잘못 가정하고 있었는가’를 묻는 일이다.

특히 금융산업은 이제 과거 세대의 경험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영역이 됐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는 돈을 다루는 방식도,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도, 신뢰를 형성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들에게 금융은 창구가 아니라 화면이고, 상담이 아니라 인터페이스이며, 신뢰는 브랜드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그들의 언어와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금융은 점점 더 현실과 동떨어진 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금융산업에 가장 필요한 자산은 자본도, 기술도, 데이터도 아닌 ‘겸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무지하며,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 특히 미래세대의 경험과 지식을 기꺼이 배우려는 자세 말이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배우는 일이 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나는 여전히 모른다. 그리고 그래서, 계속 배워야 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건너는 방법은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배우려는 태도일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경계 위에서, 그것이 가장 안전한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0

기사 출처

한국보험신문 콘텐츠 협력 AI 문장 편집 원문 확인

이 기사는 한국보험신문 원문의 사실·수치·인용 범위 안에서 이즈보험이 제목과 문장, 정보 흐름을 AI로 편집했습니다. 정확한 인용과 세부 맥락은 원문을 함께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