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근의 보험맹 탈출하기 “건강체 할인받았는데, 환급금이 왜 5만원뿐이죠?”
건강검진을 받아 우량체 판정을 받으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막상 할인을 신청했더니 기대했던 환급금이 턱없이 적게 나와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2007년 유니버설 종신보험에 가입한 C씨는 2025년 건강체 판정을 받고 보험료 할인을 신청했다. 건강체 할인은 흡연 여부, 혈압, 체격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건강검진을 통해 우량체로 인정받아 보험료를 할인받는 제도다. 비흡연자이거나 건강 관리를 잘한 사람에게 보험료 혜택을 주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C씨의 향후 납입할 보험료를 월 18만6300원에서 18만4800원으로 1500원 인하했다. 하지만 문제는 환급금이었다. C씨가 지난 18년간 납입한 보험료를 새로운 할인율로 다시 계산하면 약 43만원의 차액이 발생했지만, 보험회사는 5만원만 환급했다. 과연 나머지 38만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금융감독원의 판단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처리는 약관에 따른 정당한 절차였다. 핵심은 유니버설 보험이라는 상품의 특성에 있었다. 유니버설 보험은 일반 보험과 달리 보험료 납입이 ‘의무납입기간’과 ‘자유납입기간’으로 나뉘는데, C씨가 가입한 상품의 경우 의무납입기간은 2년이고 나머지 16년은 자유납입기간이었다.
해당 상품의 사업방법서를 보면 건강체 할인을 적용할 경우 의무납입기간에 해당하는 2년 동안의 보험료 환급금만 계약자에게 즉시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자유납입기간 16년에 해당하는 환급금은 즉시 지급하지 않고 보험계약자 몫의 적립금에 가산한다. 즉 C씨가 받은 5만원은 2년치 환급금이고, 나머지 38만원은 적립금에 더해진 것이다.
유니버설 보험은 보험료 납입을 중지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 상품이다.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적립금으로 보장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환급금 전액을 즉시 지급해버리면 나중에 보험료 납입이 중단됐을 때 적립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래서 자유납입기간의 환급금은 적립금에 쌓아두는 것이다.
물론 이 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적립금에 가산된 환급금은 보험계약자의 몫이다. 보험을 해약하면 적립금과 함께 즉시 지급된다. 또한 적립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보험 혜택도 커진다. 다만 당장 현금으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본인이 가입한 보험이 어떤 유형인지 확인해야 한다. 상품이 유니버설 보험인지, 일반 종신보험인지에 따라 환급금 지급 방식이 다르다.
둘째, 건강체 할인을 신청하기 전에 환급금이 어떻게 지급되는지 보험회사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전액 즉시 지급되는지 일부만 지급되고 나머지는 적립금에 가산되는지를 미리 알면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적립금에 가산된 환급금도 본인의 재산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당장 현금으로 받지 못한다고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해약 시에는 받을 수 있고 보험 유지 시에는 보장을 강화하는 데 쓰인다.
넷째, 건강체 할인은 여전히 유리한 제도다. 환급금 지급 방식이 기대와 다르더라도 향후 납입할 보험료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혜택이다.
보험 상품은 복잡하다. 같은 건강체 할인이라도 상품 유형에 따라 환급 방식이 다르며, 유니버설 보험처럼 특수한 구조를 가진 상품은 더욱 그렇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당황하기보다는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건강 관리로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