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금하러 왔다가 기차표 예매”… 막 오른 은행권 ‘슈퍼앱’ 전쟁
직장인 김 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앱을 켰다. 그는 앱 내 '국민지갑' 탭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 회사에 제출하고, 퇴근길에 이용할 KTX 승차권을 예매했다. 김 씨는 "예전에는 월급날에만 은행 앱을 켰지만, 요즘은 공공서류 발급이나 쇼핑 쿠폰 때문에 일주일에 서너 번은 접속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슈퍼앱(Super App)'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몇 년간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흩어진 계열사 앱을 물리적으로 하나로 합치는 것이 '1라운드'였다면, 현재는 통신, 유통, 공공 서비스 등 비금융 영역을 앱 안에 쓸어 담아 결합하는 '2라운드'가 한창이다.
“앱 하나로 기차 예매부터 쇼핑까지”
최근 시중은행 메인 앱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예적금 상품이 아닌 '생활 밀착 기능'이다. 은행들은 별도 앱으로 분산시켰던 기능들을 메인 앱 하나로 통합하며 고객을 단골로 확보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은 금융 앱을 넘어선 '국민 포털'을 지향한다. 핵심 무기는 앱 내 탑재된 'KB국민지갑'이다. 별도의 정부24 앱이나 코레일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전자증명서 발급과 KTX·SRT 예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알뜰폰(KB Liiv M) 요금제 관리 기능까지 담아 통신과 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SOL뱅크'는 '재미(Fun)' 요소를 극대화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야구팬들을 겨냥한 '쏠야구' 플랫폼을 앱 전면에 배치, 경기 예매와 승부 예측 퀴즈를 통해 매일 앱을 방문할 명분을 만들었다. 또한 배달 중개 플랫폼 '땡겨요'의 핵심 주문 기능을 뱅킹 앱과 유기적으로 연동해 금융 업무 중 자연스럽게 배달 주문으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는 강력한 '팬덤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와 K리그 입장권 예매 서비스를 앱 단독으로 제공하면서 유입시키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 또한 택배 예약 조회 서비스, 모바일 쿠폰 구매 등 편의 기능을 추가하며 확장을 시도 중이다.
핵심은 ‘실질적 금융 가치’ 제공
은행들이 이토록 생활 서비스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한 방문자 수를 넘어 '데이터의 질적 변화' 때문이다.
과거 은행 데이터가 '얼마를 썼는가(결과)'에 국한됐다면, 생활 서비스 결합 후에는 '무엇을 좋아해서 소비했는가(맥락)'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야구 티켓을 자주 예매하는 고객에게는 스포츠 관람 특화 카드를 추천하고, KTX 예매가 잦은 고객에게는 여행자보험이나 환율 우대 쿠폰을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제시하는 '초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은행권의 경쟁은 이제 막이 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기능 나열을 넘어,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금리 인하나 수수료 면제 같은 실질적인 금융 가치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